▲ 이마트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을 오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고객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품질도 중요하지만 대형마트를 찾아올 때 기대한 가격과 맞지 않는다면 사지 않는다.
고객에게 물건을 얼마나 싸게 팔고 있는지를 알리는 데 집중한 대형마트가 문을 열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얘기다.
29일 5개월 동안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오픈한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을 찾았다.
스타필드마켓은 이마트가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매장이다. 기존에는 이마트 죽전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다.
이마트 죽전점은 전국 이마트 매출 순위 가운데 이미 톱3 안에 드는 점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는 재단장한 뒤 다시 매장 문을 여는 선택을 했다.
매장을 방문해보니 이마트가 매장 이름 앞에 ‘스타필드’를 붙이고 재단장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식음료(F&B) 매장과 패션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등이 들어선 1층과 2층은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작게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이마트보다는 스타필드 매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았다. 1층 특화공간에는 495㎡(150평)규모의 북그라운드와 함께 고객들이 머무르며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있다.
▲ 1층 특화공간에는 495㎡(150평)규모의 북그라운드와 함께 고객들이 머무르며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있다. 천장 높이까지 전시된 책들을 비추고 있는 조명들은 스타필드코엑스점과 스타필드수원에 있는 별마당도서관의 불빛과 비슷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천장 높이까지 전시된 책들을 비추고 있는 조명들은 스타필드코엑스점과 스타필드수원에 있는 별마당도서관의 불빛과 비슷했다.
1층에 있는 북그라운드 뿐만이 아니다. 2층에 있는 키즈그라운드 역시 스타필드수원 별마당키즈를 작게 줄여놓은 느낌을 받았다.
식음료와 라이프스타일 매장들도 ‘노티드’, ‘요쇼쿠’, ‘선재’, ‘스타청담’, ‘갓덴스시’, ‘무인양품’ 등 스타필드에서 볼 법한 브랜드들로 빼곡히 채웠다.
입점한 브랜드들만 봐도 이마트가 고객들에게 스타필드마켓을 어필하기 위해 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에는 54개 매장이 새로 입점했다. 이 가운데 15개는 이마트에서는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는 매장들이다. 무인양품도 전국 이마트 가운데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에 처음 입점했다. 롯데마트에는 4개 매장이 입점해 있다.
특이한 점은 식음료 매장을 2층에 위치시켰다는 점이다. 기존 이마트 죽전점에는 이마트 매장과 식음료 매장이 지하 1층에 함께 있었다. 고객이 전부 지하 1층으로 몰리다 보니 복잡해지고 이마트 상품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2층에 있는 키즈그라운드도 스타필드수원 별마당키즈를 작게 줄여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
식음료 매장을 2층에 위치시키면서 고객들이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모두 둘러보게 하는 효과는 덤으로 얻어진다. 실제로 이 날 수 많은 고객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식음료 매장이 위치한 2층부터 이마트 매장이 위치한 지하 1층까지 끊임없이 내려갔다.
이마트는 1층 한켠에 팝업스토어 공간도 마련했다. 이마트가 상시 운영되는 IP(지식재산) 팝업스토어 공간을 따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변에 거주하는 고객들이 자주 방문할 것을 생각해 2~3주에 한 번씩 콘텐츠를 바꾸기로 했다. 현재는 ‘사랑의 하츄핑’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분당에서 놀러왔다는 30대 커플은 “스타필드마켓으로 바뀌는 것을 알고 있어서 오픈날 방문했는데 이름을 바꾼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장을 보러 오면서 맛집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 앞으로도 자주 놀러올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노하우를 이마트에 결합한 시도는 충분히 성공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스타필드마켓이라는 이름을 뜯어볼 때 이마트에게 더 중요한 것은 ‘마켓’일 수밖에 없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가 늘 강조하는 ‘업의 본질’ 역시 이마트가 대형마트로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에서 평가받는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이마트 매장에서는 한 대표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마켓 부분을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한 대표는 고객들에게 이마트가 얼마나 물건을 싸게 팔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은 전국 이마트 매장들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하는 가격 표시 방식을 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지하 1층에 내려오자마자 만날 수 있는 과일 코너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가격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한 가득 쌓여있는 사과들 위로 큼지막한 숫자가 빨간색으로 적혀 있었다. 사과의 가격이다. 사과가 어떤 종류인지, 중량이 얼마나 되는지, 100g당 가격이 얼마인지 따위는 적혀있지 않다. 이 사과를 얼마에 살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이런 가격 표시 방식은 전국 이마트 매장들 가운데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에서 처음하는 시도다. 고객들 반응은 좋았다.
근처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고객은 “평소에는 정상 가격에서 얼마나 할인했는지, 상품 이름이 무엇인지가 함께 적혀 있어 가격이 얼마인지 한참을 찾았었는데 이렇게 크게 가격만 표시해주니 확실히 편하다”며 웃었다.
▲ 고객들이 카트를 끌고 지나가는 통로에서 눈만 돌리면 바로 알 수 있는 각도로 와블러를 붙여 편하게 행사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가격 표시 뿐만이 아니다. 1+1 행사 상품, 50% 할인 상품 등도 고객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와블러를 붙였다. 고객들이 카트를 끌고 지나가는 통로에서 눈만 돌리면 바로 알 수 있는 각도로 와블러를 붙여 편하게 행사 상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마트가 가격 표시에만 힘을 쏟아 스타필드마켓을 집중한 것은 아니다.
스타필드마켓 생선회 코너는 전국 이마트 매장 가운데 가장 길다. 원하는 참치 부위를 원하는 만큼 사갈 수 있는 참치정육점도 25번째로 문을 열었다.
고객들은 바뀐 이마트 매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메이징 완벽치킨을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서 있던 60대 부부는 “죽전점일 때부터 자주 이용했는데 바뀐 매장이 확실히 더 좋은 것 같다”며 “요즘 우리도 쿠팡 같은 온라인 주문을 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장이 마실 겸 나오기도 좋고 익숙하긴 하다”고 말했다.
▲ 스타필드마켓 생선회 코너는 전국 이마트 매장 가운데 가장 길다. 원하는 참치 부위를 원하는 만큼 사갈 수 있는 참치정육점도 25번째로 문을 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에서는 다양한 연령대 고객들을 볼 수 있었다. 친구 사이인 20대 여성 고객 3명은 카트 한 가득 물건을 담고 쇼핑을 하고 있었다.
이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편하게 주문을 자주 하긴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친구들이랑 종종 놀러온다”며 “하지만 문제는 구경하다 보면 계획에 없던 상품들을 이렇게 카트 가득 담게 된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한 대표가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오프라인 매장만이 가진 재미와 힘을 20대 여성 고객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보통 매출이 객수 곱하기 객단가라고 하지만 매출은 고객의 쇼핑 경험과 이로 인한 구매의사 결정에 달렸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고객 경험을 높여 단기간 매출 상승이 아니라 고객들이 계속해서 찾을 수 있는 매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