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내우외환에 시름하고 있다. 대리점 밀어내기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대표 교체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 대표가 공을 들여 세워놓은 ‘커피믹스 시장 2위’도 네슬레와 롯데가 손잡고 공세를 펼쳐 흔들리고 있다. 


  내우외환에 빠진 남양유업 김웅 대표  
▲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
10일 남양유업의 주가는 84만원대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6일에 일주일째 하락해 연중 최저치인 84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14일 이후 가장 낮은 주가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업계 전망과 김 대표의 공판 결과 등 경영 불안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커피믹스 시장 야심차게 투자, 강력한 도전자 등장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전남 나주 남양유업 커피공장 준공식에서 “공장 완공을 시작으로 향후 커피믹스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2016년까지 커피믹스 국내점유율을 3배 더 끌어올려 50% 이상 점령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남양유업 남양공장은 연간 7,200톤의 동결건조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 커피믹스로는 50억개에 해당한다. 2,0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이 공장은 남양의 커피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김 대표는 “국내 점유율 확대와 해외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규모는 전체 커피시장의 30% 정도로 1조8,000억원이 넘는다. 1월13일 AC닐슨의 발표에 따르면 동서식품이 81.2%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남양유업이 12.6%로 2위다. 2011년까지 2위였던 네슬레는 3.7%까지 점유율을 잃었고 롯데는 1.4%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1월27일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3위와 4위인 네슬레와 롯데가 지분을 50%씩 투자해 롯데네슬레코리아㈜를 합작 설립했다. 시장 2위 자리를 두고 절치부심하는 네슬레와 식음료계의 대기업 롯데가 손을 잡은 것이다.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당장 남양유업의 2위 자리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남양유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업계는 점치고 있다. 커피믹스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공언한 김 대표로서는 큰 위기가 닥친 셈이다.

◆ ‘밀어내기’ 재판 후 분위기 쇄신 희생양 될까

김 대표는 1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대리점에 강제로 물량을 떠넘기는 ‘밀어내기’ 행위에 대한 판결이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함께 탈세혐의로 기소된 건은 아직도 재판이 진행중이다.

판결 뒤 김 대표 교체설이 고개를 들었다. ‘갑의 횡포’로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고 대리점 관리 등 기업 내부 상황도 어수선한 만큼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표이사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었다.

일단 남양유업은 대표 교체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대표는 2009년 남양유업 대표자리에 올라 최초로 연매출 1조를 달성한 인물이다. 또 이듬해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어 남양유업을 독보적인 2위 자리까지 올려놓은 공적이 크다. 김 대표의 경영능력은 이미 검증된 것이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의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 교체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남양유업 측 설명이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얘기다.

관건은 커피믹스 시장의 성과이다. 남양유업이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는 사업이 커피믹스 사업이다. 네슬레와 롯데의 합작 공세에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시장에서 흔들린다면 대표 교체는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상당히 힘을 얻고 있다. 이래저래 김 대표로서는 롯데네슬레와의 경쟁에서 진검승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