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글로벌 기후정책 방향 정한다, 해리스 트럼프 승패에 변화 커져

▲ 미국 대선 유세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기후정책 방향성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이 전 세계의 녹색 전환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기후정책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특히 대선 결과 발표를 며칠 앞두고 글로벌 기후총회도 예정되어 있어 미국 대선 판도가 각국의 기후대응 논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27일 국제 기후 전문가들이 미국 대선을 놓고 국내외 기후정책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이 열렸다.

글로벌 전략 커뮤니케이션 협의회(GSCC)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 프란시스 콜론 미국진보센터 국제 기후 프로그램 선임 디렉터, 벤틀리 알렌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정치 과학 교수, 로렌스 투비아나 유럽기후재단 최고경영자(CEO) 등이 연사로 참석했다.

콜론 디렉터는 해리스 후보 당선을 가정할 때 미국의 기후정책 강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후정책은 일반적 수준으로 언급됐고 구체적 내용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민주당 공약 플랫폼에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내연기관차 분담금 부과, 화석연료 보조금 축소, 극지방 시추 규제 등 여러 친환경 정책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콜론 디렉터는 해리스 부통령이 팀 월즈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는 것도 기후 진영 쪽으로 낙관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월즈는 미네소타 주지사로서 기후 행동 프레임워크 구성, 주 전력망 2040년 탈탄소화 정책 추진 등 행적을 보였고 이를 통해 해리스-월즈 행정부가 어떤 정책 방향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이 글로벌 기후정책 방향 정한다, 해리스 트럼프 승패에 변화 커져

▲ 벤틀리 알렌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정치과학 교수. <존스홉킨스 대학>


이어 발제를 맡은 알렌 교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에너지 체계 변화에 맞춰 바뀌고 있는 국제정세 환경 대응에 다소 늦었지만 꼭 필요한 법이었다”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이번 대선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과거를 답습하게 될 지, IRA를 확대해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에너지 분야 리더십을 갖춘 국가로 떠오를 지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콜론 디렉터와 알렌 교수 모두 이번 미디어 브리핑에서 중국이 글로벌 기후정책에 미칠 영향력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이 에너지 정책 방향 확립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운 중국이 글로벌 에너지 분야와 기후대응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기후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투비아나 CEO는 “해리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녹색 산업을 위한 여러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글로벌 기후정책에 굉장히 해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약 패키지 ‘프로젝트 2025’를 내세우고 있는데 여기에는 파리협정 탈퇴도 포함되어 있다. 파리협정은 2015년에 세계 각국이 글로벌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자고 약속한 조약이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2020년 파리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는데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재가입했다.

투비아나 CEO는 전 프랑스 외교관 출신으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프랑스 기후특사를 맡았으며 파리협정을 설계한 인물이다.
 
미국 대선이 글로벌 기후정책 방향 정한다, 해리스 트럼프 승패에 변화 커져

▲ 로렌스 투비아나 유럽기후재단 최고경영자(CEO). <유럽기후재단>


그는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는 굉장히 해로운 결정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글로벌 기후논의에서 빠지면 무역 문제와 겹쳐 여러 기후대응 정책이 (진영에 따라) 극단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투비아나 CEO는 “미국의 탈퇴가 곧 파리협정의 종말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재생에너지, 전기차, 전기분해 등 산업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이나 미국이 기후대응과 관련 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고 싶지 않다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브리핑 현장에서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되기 며칠 전 폐회되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을 향한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의 기후정책에 불확실성이 남은 상태로 회의를 마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론 디렉터는 “대선 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에도 미국 정부는 이와 무관하게 기후총회에서 현행 기후정책 기조를 밀고 나갈 것이라 본다”며 “미국 협상단이 기후대응 노력을 진보시키려 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투비아나 CEO도 “솔직히 말하면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답을 내놓긴 어렵다”며 “다만 이 때문에 전 세계가 기후대응 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