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08-27 15: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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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완료 소식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웨이브는 막판에 몸값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잡음만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합병 자체가 무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웨이브는 막판 몸값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웨이브가 합병 협상을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고 끌고 가려는 듯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콘텐츠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웨이브 주주인 방송 3사와 티빙 주주인 SLL중앙에게 지상파 드라마, 예능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더 많이 공급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공급 계약에 대한 내용은 업계에서 극비 사항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정말로 위와 같은 제안을 했는지도 솔직히 의문”이라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방송 3사가 합병 과정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역으로 흘렸을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티빙을 운영하는 CJENM과 웨이브를 운영하는 SK스퀘어가 큰 틀에서 합병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합친다’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KBS, SBS, MBC 등 웨이브 주식 19.83%씩을 들고 있는 방송 3사다. 방송 3사 지분을 합치면 59.49%로 SK스퀘어 지분율인 36.68%를 뛰어넘는다.
이런 지배구조는 SK스퀘어가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됐던 부분이다. 방송 3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SK스퀘어가 한발 양보해 합병을 추진하고 싶어도 주주들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합병에 나설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합병 상황을 이용해 몸값을 높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 티빙은 KBO리그(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를 통해 월간활성사용자 수(MOU)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프로야구 중계로 티빙 이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합병 협상에서 주도권도 티빙 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
티빙이 현재 합병을 서두를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합병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티빙 월간활성이용자 수(MOU)를 끌어올린 KBO리그는 올해 역대급 흥행을 기록 중이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1천만 관중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프로야구 중계로 티빙 이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합병 협상에서 주도권도 티빙 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 막판 순위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가운데 10월1일부터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에 티빙 월간활성사용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로 재미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창 순위 싸움도 치열하기 때문에 티빙이 당분간은 프로야구 중계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티빙으로서는 급할 것이 없고 합병 논의에 힘을 쏟을 여유도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넷플릭스가 방송 3사에 한 제안이 사실이라고 해도 ‘꽃놀이패’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웨이브가 티빙과 협상에서 사용할 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지상파 예능과 드라마 대부분이 웨이브를 통해 공급된다는 부분이다.
티빙에서는 tvN에서 방영되는 예능과 드라마들만 주로 제공되기 때문에 웨이브로서는 지상파 콘텐츠를 들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몸값을 높여야 한다.
방송 3사가 넷플릭스에 지금보다 더 많은 지상파 콘텐츠를 제공하게 되면 티빙 입장에서는 웨이브와 합병해야 할 이유가 줄어드는 셈이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웨이브와 방송 3사의 공급 계약이 8월에 종료되기 때문에 이번 달까지 합병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한 번은 터져나올 문제긴 했다”며 “방송 3사와의 협상이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상황만 봐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