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기업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성을 보이는 만큼 발행시장에 발빠르게 나서는 것인데 증권사들도 기업금융(IB) 실적을 끌어올리는 위해 뜨거운 주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리인하 시기 활기띠는 회사채 발행 , 증권사 '일감 확보' 경쟁 뜨거워진다

▲ 기업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회사채(무보증3년) AA-등급 채권금리는 3.444%를 보였다. 2023년 10월31일 4.921%로 최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림세를 보였다.

회사채 시장은 여름휴가와 추석을 전후로 비수기에 속하지만 올해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반 회사채(여신전문금융사채 및 자산유동화증권 등 제외) 발행 물량은 7월 4조8990억 원으로 전년 7월(3조3840억 원)보다 44.8% 증가했다. 

8월도 전년 실적을 크게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8월 들어 전날까지 누적 발행 물량은 2조570억 원인데 28일 메리츠화재(6500억 원)·한국토지신탁(2490억 원), 29일 SK(4500억 원)·한화손해보험(3500억 원)·SBS(1100억 원), 30일 KDB생명보험(2천억 원) 등 앞으로도 2조 원가량의 발행물량이 더 남아있다.

지난해 8월 일반 회사채 발행 물량은 2조2850억 원에 그쳤다.

기업들은 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갚거나 회사채 만기를 연장해 이자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시장금리가 먼저 떨어지는 선행성을 보이고 되레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는 시장금리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 이유로 꼽힌다.

정형주 KB증권 연구원은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일반 회사채 발행이 늘고 우량채권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공급확대로 인한 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높다”며 “연말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따라 금리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현재의 국고채 금리 수준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어 채무 조달이 필요한 발행사가 9월 조달에 나서는 것은 합리적이다”고 바라봤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를 말한다. 금리차이가 좁을수록 회사채 수요가 높다는 뜻이다. 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서둘러 회사채를 발행하는 셈이다.

현재 채권시장은 공급에 따른 수요를 충분히 받아줄 수 있는 상태로 파악된다.

26일 진행된 에쓰오일(2천억 원)과 KB증권(3천억 원)의 회사채 수요예측도 흥행에 성공했다. 두 기업 모두 수요예측에 뭉칫돈이 몰려 계획보다 증액해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은 5년물 1천억 원, 7년물 400억 원, 10년물 600억 원 등 장기물로 구성됐는데 각각 5300억 원, 700억 원, 1700억 원 등 77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수요예측 결과가 호조를 보여 에쓰오일은 1천억 원을 늘려 3천억 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주관사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으로 9월4일 회사채 발행이 예정됐다. 

KB증권은 2년물 1500억 원, 3년물 1500억 원 등 3천억 원 모집에 각각 2900억 원, 5500억 원 등 모두 8400억 원의 주문이 몰렸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5천억 원까지 발행한도를 늘린다는 방침을 정해둔 만큼 발행금액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으로 9월4일 회사채가 발행된다.

이밖에 한화가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9월2일 진행하고 삼성물산은 3천억 원 규모를 9월3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천억 원 규모를 9월4일 진행한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규제가 강화하자 호조를 보이고 있는 채권발행시장(DCM) 공략에 힘을 주고 있다. 
 
금리인하 시기 활기띠는 회사채 발행 , 증권사 '일감 확보' 경쟁 뜨거워진다

▲ 증권사들이 채권발행시장(DCM)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금리인하에 회사채 발행 수요가 늘고 있고 이를 받쳐줄 매수세도 있어 IB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전통적 DCM시장 강자로 1위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영업 확대와 단독 및 대규모 대표 주관을 확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5월 IB1사업부 대표에 이성 상무를 선임해 채권발행시장(DCM)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7월 조직개편을 통해 IB그룹 내 IB전략본부를 신설했다. IB전략본부는 각 부서에서 맡는 삼성과 현대차, LG, SK, 롯데 등 대기업집단의 채권발행 등 재무 관련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신한투자증권은 DCM부문 4강 체제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DCM시장에서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5위 SK증권과 격차가 큰 상태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누적으로 증권사 채권 주관 규모를 보면 일반 회사채 기준 KB증권(9조1310억 원), NH투자증권(8조4520억 원), 한국투자증권(7조2867억 원), 신한투자증권(5조7000억 원), SK증권(3조8397억 원) 등이다. 

여신전문금융사채와 자산유동화 증권을 합친 규모도 KB증권이 26조9169억 원으로 가장 많고 NH투자증권 24조8300억 원, 신한투자증권 11조3733억 원, SK증권 5조6077억 원 등이 뒤를 잇는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유효한 상태에서 조달금리가 낮아져 조달 수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업황이 지속된다면 회사채 딜 확보력이 있는 증권사들을 위주로 IB수수료 수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