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내수시장 한계 극복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글로벌 수익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가 리오프닝에 발맞춰 코로나19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해였다면 올해는 실질적 성과와 함께 해외사업을 고도화해야 하는 해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은행들의 상반기 해외법인 실적을 통해 글로벌사업의 현주소와 과제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KB국민은행 해외법인 상반기 다시 적자로, 이재근 만만찮은 인도네시아 정상화
신한은행 베트남과 일본 순항, 정상혁 그룹 해외사업 비중 확대 선봉장
하나은행 해외사업 전략 중심은 '지분투자', 이승열 하반기 실적 개선 자신감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 교체 효과 ‘아직’, 조병규 폴란드서 분위기 반전 노린다
⑤기업은행 상반기 아시아 법인 순항, 김성태 베트남 법인화는 "안 풀리네"
⑥전북은행 부산은행 iM뱅크도 간다, 지방은행 글로벌사업은 ‘이제 출발점’

[은행 해외사업 점검] 기업은행 상반기 아시아 법인 순항, 김성태 베트남 법인화는 "안 풀리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상반기 해외법인사업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구축하고 있는 아시아 금융벨트의 해외법인들이 상반기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아시아 금융벨트의 주요지역인 베트남에서 법인화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점은 김성태 행장의 고민거리로 꼽힌다.
   
23일 IBK기업은행의 상반기 보고서를 보면 중국과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해외법인 3곳의 상반기 순이익은 2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280억 원과 비교해 4.6% 증가했다.

상반기 국내 주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3곳의 해외법인 실적이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은행은 현재 중국과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세 나라에 법인형태로 진출해 있다.

기업은행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중국법인인 중국유한공사는 1분기 69억 원의 순이익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1분기 대비 60.8% 증가한 111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상반기 순이익은 18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7% 줄었으나 안정적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네시아법인인 인도네시아은행도 1분기 순이익 37억 원을 거뒀고 2분기에도 순이익 57억 원을 내면서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상반기 전체 실적은 1년 전보다 10.5% 증가했다.

미얀마법인인 IBK미얀마은행도 1분기 순이익 7억 원, 2분기 순이익 12억 원을 거두면서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1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7.5% 늘었다.

특히 미얀마법인은 김성태 행장의 임기 첫해인 2023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이번에도 1분기와 2분기 모두 순이익을 냈다.

김 행장 취임 이후 기업은행의 모든 해외법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흑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법인은 현지기업 중심의 대출자산 확대, 고객 만족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지속적으로 이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얀마 법인은 국가비상사태의 안정 등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영업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해외법인의 호실적은 김 행장이 구축하고 있는 아시아 금융벨트의 성과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해외에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중국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아시아 지역 일대에다가 금융벨트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의 해외사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2025년까지 글로벌 부문 순이익을 2022년 대비 2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 해외사업 점검] 기업은행 상반기 아시아 법인 순항, 김성태 베트남 법인화는 "안 풀리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베트남 사무소의 법인화가 베트남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베트남 당국을 설득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벨트 성과에 더욱 속도를 붙이기 위한 김 행장의 다음 과제로는 베트남 법인화가 꼽힌다.

기업은행은 현재 베트남에서 하노이와 호찌민 등 2곳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점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베트남 중앙은행에 법인 전환 인가를 신청해 놓았지만 진행이 더딘 상태다.

김 행장 역시 힘을 싣고 있지만 베트남 당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당국이 기업은행에 현지 부실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며 사실상 법인 인가를 위한 조건으로 부실은행 인수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이 현지 부실은행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중소기업 지원 노하우를 통해 베트남 중소기업과 베트남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베트남 당국을 설득하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길에도 동행해 레민카이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 법인 인가를 부탁했고 올해도 한국을 방문한 판민찐 베트남 총리에게 다시 한번 인가를 요청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진출기업의 금융애로 해소를 위해 베트남 법인 전환을 추진 중이며 법인 설립 때에는 현지 진출 중소기업들이 다수 위치한 주요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점포를 구축하면서 금융지원을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