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민주당 경제모임서 '양극화 해결' 강조, 홍성국 "가계부채와 독점문제 살펴야"

▲ 홍성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경제양극화에 관해 강연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소득 하위 20%는 소득대비 지출 비율이 식료품 20%에 교육비는 월 1만7천 원인 반면 상위 20%는 식료품 11.1%, 교육비 월 136만 원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라면 이 숫자를 외우셔야 됩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경제공부 모임의 강연자로 나선 홍성국 전 의원은 "우리나라 경제 양극화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 전 의원은 민주당 의원 87명이 가입한 당내 최대 규모 연구모임인 ‘경제는 민주다’가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양극화 현상과 서민경제 분석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장기 정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 센터장으로서 ‘경제 브레인’ 역할을 했던 홍 전 의원은 여러 데이터를 제시하며 2024년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양극화 현상을 짚었다.

민주당 의원 다수도 이날 오전 8시에 시작하는 공부모임 참석을 위해 서둘러 자리에 앉아 홍 전 의원의 강의를 경청하며 경제공부에 열의를 나타냈다. 

홍 전 의원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이유로 ‘신자유주의’적 경제관념을 들었다.

경제에 관한 국가의 개입을 금기시하는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든다는 것이 홍 전 의원이 설명이다.

홍 전 의원은 “노동운동이 기업 경영에 방해돼서는 안 된다는 신자유주의 기조가 양극화의 큰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이 말은 노동을 계약직 형태로 필요에 따라 늘렸다 줄였다함으로써 인건비를 ‘고정비용’에서 ‘변동비용’으로 만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부터 금리가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면서 발생한 ‘금융완화’의 역작용도 심각한 양극화를 만들어낸 주요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홍 전 의원은 21세기 초반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담보가 있는 사람들이 낮은 금리로 자본을 조달하는 ‘이지 머니(easy money)’가 모든 것을 투자대상으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독과점 자본주의로 흘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금융자본은 실물 생산 경제 조력자라는 본래 역할에서 벗어나는 순간 필연적으로 자기 확장에만 골몰하는 ‘투기자본’이 된다"는 경제학자 폴 스위지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 탓에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이 과잉 공급됐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민주당이 자영업자 관련 정책을 구상할 때 경제 전체 구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전 의원은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노래방은 3만4652개인데 이 가운데 3만 개는 깨졌다”며 “당구장·PC방·주점 등 역사가 길고 창업이 쉬운 자영업들이 더욱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양극화의 영향으로 심각해진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의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문제가 결합돼 향후 심각한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시중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적용금리가 더 높은 만큼 이자와 자금을 상환하기가 더욱 어렵다며 민주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이 이 문제를 면밀히 살펴야한다고 조언했다.

홍 전 의원은 “기업부채는 2018년, 2019년부터 늘기 시작해 코로나 시기 집중적으로 증가했다”며 “현재 기업부채는 2734조 원, 가계부채는 2246조 원으로 추정돼 합치면 약 5천조 원인데 금리가 2% 오르면 이자비용만 1년에 100조 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숨도 못 쉬고 어려워지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현장] 민주당 경제모임서 '양극화 해결' 강조, 홍성국 "가계부채와 독점문제 살펴야"

▲ 더불어민주당 경제공부 의원모임 '경제는 민주당'에 참석한 의원들이 홍성국 전 민주당 의원의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정책방향으로 △유통 빅테크 독점방지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를 비롯한 금융기관 안정성 증대 △자산시장에 대한 장기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특히 홍 전 의원은 알고리즘 조작으로 공정위로부터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쿠팡의 사례를 들며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부당한 행위는 민주당이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도 엔비디아가 독점적 행태를 보이자 규제하고 있고 EU도 구글·아마존·메타 등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며 “플랫폼 공정화법이 관련 내용을 다룰 텐데 민주당이 유통 빅테크의 부당한 행태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의지가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년 의원은 이날 강연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경제정책 역량을 더욱 키워야한다며 ‘경제는 민주당’의 의미를 짚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 경제를 기대하지 않는 만큼 민주당이 경제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연을 통해 정책적 영감을 많이 얻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는 민주당’은 오는 20일 ‘자산시장의 현황과 전망’, 27일에는 ‘기술산업 동향과 지원방안’을 주제로 경제공부를 이어간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