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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4월24일 브라질을 국빈 방문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브라질과 한국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은 2013년 이렇게 말했다.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그는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권좌에서 쫓겨났다.
박 대통령이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최초’ 여성 대통령을 기록을 세웠던 두 사람의 인연과 운명이 주목받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혹은 탄핵을 둘러싸고 여전히 기류가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특검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참모진 사퇴를 포함한 후속 결단을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원내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정의당은 시민사회와 연계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무소속 의원들 가운데 울산에 지역구를 둔 윤종오 김종훈 의원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1인시위에 돌입했다.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움직임은 정치권에서 본격화되고 있지 않지만 국정운영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특검이 시작도 되기 전에 삐걱대고 있고 청와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후속 결단을 내놓지 않을 경우 최순실게이트의 불길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란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집권 4년차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으면서 역시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호세프 전 대통령과 ‘닮은 듯 다른 듯’한 운명을 걷게 됐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21일 브라질 대법원으로부터 탄핵무효소송이 최종 기각됐다. 대통령 복귀하려던 실낱같은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는 2018년 12월31까지 임기가 남았으나 8월 브라질 상원이 탄핵안을 통과함에 따라 대통령에서 쫓겨났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국영은행 자금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려 하는 등 정부재정을 조작한 재정회계법을 위반한 혐의로 탄핵됐다. 여기에 브라질 최악의 경제난이 겹친 것도 탄핵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권좌에서 물러난 뒤 브라질 경제는 물가상승률 상승세가 완만해지는 등 경제지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부정부패 스캔들로 지속돼온 정정불안이 해소되면서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박 대통령과 호세프 전 대통령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타이틀을 얻었음에도 각각 시련을 겪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정치적 역정은 상당히 달랐다.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로 보수정당의 지지를 업고 정치인으로 비교적 승승장구해왔다.
반면 호세프 전 대통령은 불가리아 출신 이민자로 법률가이자 기업가로 성공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나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해 군사독재정권 시절 반정부 무장투쟁에 나서 고문과 투옥 등 숱한 고난을 겪었던 인물이다.
두 사람은 생애의 전반기는 달랐으나 각각 대통령 선거에서 51.6%라는 동일한 득표율을 얻어 기묘한 우연의 일치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공통점과 차이점도 많았던 두 사람이지만 여성 리더십에서 한계에 이른 것만은 현재로서 분명한 현실이 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