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달러 약세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엔화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내린 것인데 향후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중동지역 불확실성 등이 원화값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꼽힌다.
 
달러 약세 엔화 강세에 원화 분위기 반전, 변수는 미국 금리인하 속도와 중동

▲ 8일 국내 금융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약달러 현상에 영향을 받아 하반기에 1350원대로 안정화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외환거래소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0.4원 오른 1377.2원을 기록했다.

2일 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주 대비 2.01% 하락한 1356.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불과 1달 전만 해도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인 강달러 현상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1400원 돌파가 우려됐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말 원/달러 환율이 연말 1350원 수준에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엔화와 연준의 금리 인하는 원화의 강세 요소이며 올해 말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정도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무역전쟁을 하게 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더 많이 하락할 수 있고 올해 말까지 반도체 수출이 계속 잘 된다면 원화 강세는 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승리 기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원화값 강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7월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강달러 강세 흐름이 누그러졌다.

연준이 경기침체에 대응해 예상보다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9월부터 단행할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 달러화 약세 현상은 한층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지표 부진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미국 국채금리 하락과 달러화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최근 엔화 강세도 원/달러 안정화에 한몫하고 있다.

원화가 엔화와 같이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7월31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제로금리에서 0.25%포인트 인상하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더구나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엔화 강세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영향을 받아 추가적으로 강세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싼값의 엔화를 저렴하게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를 하는 것인데 엔고 현상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하는 청산이 되면 엔화 가치는 한층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미국 국채 금리 변동성 확대와 맞물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달러/엔 환율의 추가 하락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정부도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달러 약세 엔화 강세에 원화 분위기 반전, 변수는 미국 금리인하 속도와 중동

▲ 최근 엔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원/달러 환율 안정세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혹시 모를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외평채) 발행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외평채는 외환 당국이 시장에서 원화 가치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원화 외평채는 2003년 이후 발행된 적이 없는데 정부는 9월 무렵 최대 10조 원 규모의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은 원/달러 환율을 다시 높일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국지전으로 번져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에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시사한 만큼 충돌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공급 불안이 국제유가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