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철중 SK아이테크놀로(이하 SKIET) 대표이사 사장이 내·외부 경영 불확실성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전기차 수요성장 둔화(캐즘)가 여파가 배터리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배터리 분리막을 제조하는 회사도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설 SKIET 실적개선 '첩첩산중', 김철중 내외부 불확실성에 '발만 동동'

▲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생산설비 구축 계획 공개 시점을 거듭 미루고 있다.


김 사장은 실적 개선 발판으로 보조금 수혜가 예상되는 북미에 생산거점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미국 대선이 변수로 떠올랐다. 대선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정책이 달라질 수 있어 섣불리 북미공장 증설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내부적으론 SK그룹이 사업 리밸런싱을 추진하면서 SKIET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쉽사리 경영 결정을 내리기도 힘든 상태다. 

2일 SKIET에 따르면 회사는 앞으로 대외 정책 변화, 업황 개선, 투자비 절감 등을 고려해 신중히 투자규모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SKIET는 북미 설비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년 1분기에 내리겠다고 밝혔고, 증설 중인 폴란드 실롱스크 2공장 가동시점도 2025년 수요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회사는 북미 증설 투자 계획을 2023년에 공개하기로 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며 투자 확정 시점을 계속 미루고 있다.

그만큼 김 사장이 북미 투자를 비롯해 사업 추진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중국 외 기업들로 배터리 소재 공급망이 다각화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의사결정을 마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북미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미국에 추가 공장 건설을 계획한 것은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에서 생산된 분리막을 탑재한 배터리를 채택해야 정부로부터 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선 이같은 IRA 보조금이 사라질 수 있는 리스크가 생겼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차기 대선 유력 후보로 접전 중인데, 최종 당선자에 따라 향후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큰 변동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타격이 매우 클 것이고, 해리스가 당선도면 현재 예상하고 있는 IRA 보조금 지급이 계속돼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으로선 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리한 증설 투자로 자칫 수익성 악화 상태가 더 길어질 수 있는 경영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배터리 분리막 사업은 대규모 장치 산업인 데다, 제조 원가에서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안팎으로 높기 때문에 증설 초기에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SKIET는 지난해 매출 6496억 원, 영업이익 320억 원으로 아주 나쁘지는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엔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며 전년 대비 출하량이 상당 폭 감소하며 매출 1078억 원에 영업손실 1261억 원을 내며 실적 부진에 빠진 상태다.

SKIET는 그룹 계열사인 SK온에 대한 매출 비중이 63%로, SK온 배티리 공장 가동률에 따라 실적이 출렁인다. 전기차 수요성장 둔화에 따라 SK온의 상반기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하락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IET는 올해 내내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적 개선의 열쇠인 비계열사 수주 물량 확보는 미국 대선 이후가 돼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매각설 SKIET 실적개선 '첩첩산중', 김철중 내외부 불확실성에 '발만 동동'

▲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폴란드 실롱스크에 구축한 배터리 분리막 생산라인 가동시점을 2025년 시장 수요를 살펴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사진은 회사의 실롱스크 분리막 공장 전경.


SKIET의 모기업 SK이노베이션이 SKIET의 지분 일부 매각을 검토 중인 것도 김 사장 발목을 붙잡고 있다. 

SK그룹에서 분리돼도 사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제 값을 쳐줄 인수자를 찾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SKIET는 아직 충분한 비계열사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차원에서 SKIET의 일부 지분만 매각해 현금화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경영권까지 통째로 넘기는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분 매각하면 기존 사업전략 방향에서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지분 전량 매각 시 독립 2차전지 소재업체로서 고객사 포트폴리오 다각화하지 못하면 성장성을 담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