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기차 캐즘 뚫은 비결 '가성비', 현대차그룹 하반기 대중화 전략 주목

▲ 테슬라의 '모델3'. <테슬라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적 전기차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감소)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 전기차 시장은 특히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다만 올 상반기 얼어붙은 내수 전기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판매 '톱5' 차량들은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앞세워 월 1천 대를 넘나드는 판매실적을 유지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올 하반기부터 낮은 가격대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전기차 대중화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수요 반등이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6만5557대로 전년 동기보다 16.5% 감소했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1.1% 역성장을 기록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작년 연간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한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올해 들어서도 세계적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국내 전기차 시장 역성장 추세가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와 비교한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7.3%로 작년 같은 기간 47%보다 크게 줄긴 했지만, 판매량 자체의 성장세는 유지했다.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상반기 45%에서 올 상반기 1.6%로 크게 꺾였지만, 판매량은 소폭 증가했다.

국내 완성차업계 판매실적 자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를 종합하면 국내 시판 국산 전기차 12종, 수입 전기차 43종 등 55개 차종 가운데 올 상반기 5천 대 이상이 팔린 전기차는 5개 차종에 그쳤다. 이들은 모두 최근 가성비를 끌어올린 모델들이었다.

상반기 국내 승용 전기차 베스트셀러는 테슬라의 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모델Y'로 국내에서 전년 동기보다 395.4%나 증가한 1만41대가 팔렸다. 테슬라 모델3도 같은 기간 13배 넘게 증가한 7026대가 팔려 판매량 3위에 올랐다.

테슬라코리아는 작년 9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을 국내 들여오면서 기존 미국산 모델을 판매할 때보다 시작 가격을 2천만 원 넘게 내렸다.

테슬라코리아는 올 4월부터 중국에서 만든 모델3 첫 부분변경 모델도 국내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 역시 미국산 모델3보다 시작가격이 1천만 원가량 낮다. 
 
상반기 전기차 캐즘 뚫은 비결 '가성비', 현대차그룹 하반기 대중화 전략 주목

▲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일렉트릭'. <비즈니스포스트>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 톱5 차량 중 판매량이 전년보다 증가한 차종은 테슬라 모델Y와 모델3 단 2종뿐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상반기 국내에서 7128대가 팔려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차의 국내 판매 시작 가격은 5240만 원으로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전기차 가운데 기아 EV6(4870만 원) 다음으로 가격이 싸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아이오닉5의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동결했다. 신형 아이오닉5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 4세대 배터리를 적용해 배터리 용량이 기존 77.4kWh(킬로와트시)에서 84.0kWh로 늘었고,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도 458km에서 485km로 증가했다.

유일한 국산 경형 전기차 기아 레이 EV가 6255대로 상반기 전기차 판매 4위를 기록했다. 레이 EV 판매 시작 가격은 2775만 원으로 국내 시판 전기차 중 가장 낮다. 중국 CATL의 35.4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달고 2012년 출시했던 구형 레이 EV보다 2배 넘게 늘린 복합 20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기아 EV6는 상반기 5305대가 판매돼 국내 전기차 판매 5위에 올랐다. 기아는 지난 5월 4세대 배터리 탑재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494km로 기존보다 20km가량 늘린 EV6 부분변경 모델 계약을 개시하면서 가격은 동결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현대차와 기아가 올 하반기 저렴한 전기차를 대거 출시하며 대중화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부산모빌리티쇼 언론공개 행사에서 브랜드 전기차 엔트리(진입)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최초 공개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가솔린 캐스퍼에 기반한 파생 전기차임에도 경쟁 차종인 레이 EV보다 주행거리가 110km 늘어났다. 국내 기준 31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최근 사전계약에 들어갔는데 중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 기준 판매가격이 2990만 원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 2천만 원 초중반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이달 중 브랜드 첫 대중화 전기차 모델 EV3 판매를 시작한다.
 
상반기 전기차 캐즘 뚫은 비결 '가성비', 현대차그룹 하반기 대중화 전략 주목

▲ 기아 'EV3'. <비즈니스포스트>

EV3는 기존 국내 판매되던 파생형 소형 SUV 전기차인 기아 니로 EV 등과 달리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에 기반한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1km로 니로 EV보다 100km 가량 크게 늘었고, 평평한 바닥을 구현해 공간활용성도 개선됐다.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 등재 완료 후 세제혜택 적용 기준 EV3의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모델 기준 3995만 원부터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니로 EV 시작가격(4855만 원)보다 약 1천만 원이 싸다. 

EV3는 지난달 4일 사양과 가격을 공개하고 계약을 시작했는데 3주 만에 사전계약이 아닌 실제 계약 물량이 1만 대를 넘어섰다.

기아는 EV3를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준중형 세단 전기차 EV4, 준중형 SUV 전기차 EV5 등 가격 낮춘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잇따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잇다.

회사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올해 국내에서 EV3를 한 달에 2500~3천 대가량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