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더 어렵다는데...' 수입차 톱5 하반기 신차로 얼어붙은 내수 뚫는다

▲ 테슬라의 모델3. <테슬라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수입차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하반기 판매 위축세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톱5' 수입차 업체들은 얼어붙은 내수 시장에서 하반기 신차를 대거 쏟아내며 판매량 끌어올리기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81만9742대로 전년 동기보다 10.4% 감소했다. 경기 부진과 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전년 동기 높은 실적에 따른 역기저효과 등의 영향을 받아 1년 전보다 국산차는 11.3%, 수입차는 5.6% 판매량이 뒷걸음질쳤다.

하반기 내수 자동차 시장은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특히 수입차 판매 둔화가 더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국내 국산차 판매량이 69만8천 대로 0.9% 소폭 증가하는 반면 수입차 판매량은 14만5천 대로 8.4%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국내 수입차 시장은 4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는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26년 만에 2년 연속 수입차 판매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987년 한국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이래 2년 연속 전년 대비 수입차 판매량이 뒷걸음친 때는 IMF 외환위기가 덮쳤던 1997년~1998년 단 한 번뿐이다.

상반기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한 BMW와 2위 메르세데스-벤츠는 역대급 시장 침체기를 맞아 여느 때보다 치열한 1위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BMW는 국내에서 7만735대를 팔아 8년 만에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수입차 1위 자리를 꿰찼다. 벤츠는 작년 8월부터 5달 연속 월간 판매 1위에 오르며 추격에 나섰으나 연간 판매량에서 698대의 근소한 격차로 BMW에 밀려 2위를 했다. 올 상반기 누적 판매량에서도 BMW가 3만5130대로 벤츠(3만11대)에 5천 대 가량 앞섰다.

다만 벤츠코리아는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오롯이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1월 8년 연속 수입차 모델별 판매 1위를 차지한 E클래스의 11세대 신차를 출시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홍해가 가로막혀 판매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월부터 적체 물량을 해소하면서 1~3월 월평균 약 700대에 그쳤던 국내 E클래스 판매량은 월 2천 대 판매량을 넘어섰다. 벤츠코리아는 6월 월간 판매에서 6661대로 BMW(6172대)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하반기에 E클래스 판매량이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MW와 벤츠는 하반기 신차를 쏟아내며 각각 연간 수입차 판매 1위 수성과 탈환을 향한 진검승부를 펼친다.

BMW코리아는 이달 6천만 원대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X2를 시작으로 연내 4시리즈 그란쿠페 부분변경 모델, 이에 기반한 전기 세단 i4, 완전변경 모델인 중형 SUV X3를 출시한다. 

벤츠코리아도 마이바흐 EQS SUV, G클래스 부분변경 모델, G클래스 최초의 전기차 G580을 선보이며 맞불을 놓는다.
 
'하반기 더 어렵다는데...' 수입차 톱5 하반기 신차로 얼어붙은 내수 뚫는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는 최근 중국산 모델Y 들여오면서 국내 수입차시장 판도를 뒤집어놓고 있다.

올 상반기 테슬라 모델Y는 국내에서 전년 동기보다 395.4% 증가한 1만41대가 팔려나가 수입차 모델별 판매량량 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작년 9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을 국내 들여오면서 가격을 기존 미국산 모델보다 2천만 원 넘게 내렸다.

올 4월부터는 중국에서 만든 모델3 첫 부분변경 모델도 국내 판매에 합세했다. 모델3는 올해 4~6월 단 3개월 만에 국내에서 7026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모델Y,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에 이은 수입차 모델별 판매 4위에 해당하는 판매량이다. 중국산 모델3 후륜구동(RWD) 모델 판매가격은 5199만 원으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시작가격보다 40만 원가량 싸다.

다만 테슬라가 전기차만 판매하는 데다, 국내에서 모델Y, 모델3에 집중된 판매 포트폴리오 갖춘 만큼 상반기 브랜드별 판매량에선 1만7380대로 BMW·벤츠와 격차가 있는 3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중국산 모델로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인 테슬라는 15년 가까이 고착화된 수입차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낼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볼보와 렉서스의 4위 경쟁도 치열하다.

올 상반기 볼보는 7185대, 렉서스는 6421대를 팔아 각각 4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소형 전기 SUV EX30의 국내 출시를 계기로 판매 확대를 노린다. 한국 판매 시작 가격은 4945만 원으로 기아 니로 EV 기본모델(4855만 원)보다 100만 원가량 비싸다.

다만 볼보코리아는 올 상반기 EX30을 국내 출시할 계획을 세웠으나, 생산지연으로 세계 출시 일정이 전체적으로 미뤄지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EX30의 구체적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볼보코리아는 올해 판매 목표를 1만8천 대 이상으로 잡았는데, 신차 출시가 지연되면서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렉서스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난 지 5년 차를 맞은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78.6% 늘리며, 수입차 판매 5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에도 5위를 유지했다.

국내 하이브리드차 인기에 다시 불이 붙고 있는 가운데 렉서스의 국내 수입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은 90%를 넘는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