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 구글 부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이 스스로를 '탄소중립 기업'이라고 부르는 일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늘어 이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데 드는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구글은 논란이 많은 '탄소상쇄(carbon offset)' 활동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탄소배출권 구매를 탄소중립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비판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비용도 절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구글이 이달 발간한 '2024 환경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 기업이라는 명칭을 포기한다는 공식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대신에 탄소 감축 솔루션과 넷제로(탄소배출량 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글은 2007년부터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한 탄소상쇄 활동으로 자사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탄소중립이라는 논리를 펼쳐왔다.
탄소상쇄란 기업이나 기관이 온실가스 배출량에 준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이를 상쇄하는 행위를 말한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배출권으로 대신하기 때문에 실질적 감축 효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통 기업들이 구매하는 탄소배출권은 삼림 조성, 탄소 포집(CCS) 활동 등 탄소 제거(carbon removal) 실적을 기반으로 발급된다.
구글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우리는 기존보다 견고한 탄소 제거 생태계가 나타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전략을 바꿨다"며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아예 피하거나 줄이는 방식을 통해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구글이 이번에 전략을 변경한 이유는 탄소상쇄 논란 외에도 탄소 배출권 구매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AI 산업 경쟁이 불 붙어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치솟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본부. <연합뉴스> |
이번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430만 톤으로 2019년 대비 48% 상승했다. 지난 5월 환경 보고서를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대비 약 30%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구글은 2020년까지 연평균 130만 톤 내외 탄소 배출권을 조달해왔으나 AI경쟁이 본격화된 2021년부터는 구매량이 2백만 톤으로 증가했다. 2022년에는 이보다 더 오른 290만 톤을 조달했으며 2023년 이후에도 탄소중립 타이틀을 유지하고자 했다면 더 많은 배출권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카본크레딧닷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6월 팀버랜드투자그룹(TIG)로부터 탄소 배출권 8백만 톤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는 탄소 배출권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거래다.
TIG는 남미에서 진행하고 있는 우림 조성 사업을 통해 배출권 발급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우림 조성 사업에는 약 10억 달러(약 1조3833억 원)가 투입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리그린(re.green)이라는 업체와 3백만 톤 규모 배출권 조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22년 기준 온실가스 약 713만 톤을 배출한 아마존은 이처럼 배출권 구입 부담이 늘어나자 직접 탄소 제거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탄소상쇄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다른 방식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비올라 드 시몬 카본마켓워치 정책 전문가는 “탄소상쇄는 원칙적으로 봤을 때 (온실가스 감축에는) 잘못된 방식”이라며 “기후목표가 점점 더 지키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탄소상쇄가 일정 부분 사용될 수밖에 없겠으나 그것이 탄소 감축 노력을 줄이는 데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