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인수합병(M&A) 본능이 되살아나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보바스병원을 인수한 데 이어 파키스탄의 라호흐 펩시코 인수도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신 회장이 그동안 미뤄왔던 투자에 다시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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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파키스탄의 펩시콜라 보틀링업체인 라호흐 펩시코 인수를 결정하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틀링업체는 음료 원액을 받아 병에 넣은 뒤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말한다. 롯데그룹이 인수를 추진하는 라호흐 펩시코는 펩시로부터 콜라 원액을 받아서 병에 넣어 파키스탄에 유통하는 회사다.
롯데칠성음료는 라호흐 펩시코 지분 50%가량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위해 세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의 연 매출은 약 1천억 원인데 인수가격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글로벌 롯데’를 강조해왔는데 이전부터 젊은층 비중이 높고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파키스탄 시장을 눈여겨 봐 온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슬람 국가들은 주류판매를 금지하고 있어 파키스탄 음료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에 대한 강한 의지는 보바스병원 인수에서도 드러났다.
호텔롯데는 최근 늘푸른의료재단(분당 보바스기념병원 운영주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호텔롯데는 인수가격으로 2천억 원대 후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1천억 원대를 써 낸 것으로 추정되는 경쟁업체들을 압도하는 금액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보바스병원 인수를 통해 롯데그룹이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고 경영권 분쟁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런 인수가 롯데그룹이 검찰 수사로 사실상 중단됐던 인수합병 및 신사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신호탄이라고 파악한다.
롯데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신 회장은 200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하며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40건에 육박하는 인수합병으로 외형을 불렸다. 롯데그룹이 재계 5위로 발돋움하기까지 인수합병이 주된 성장동력이었던 셈이다.
신 회장은 특히 화학부문에 관심이 많은데 이 분야에서 롯데케미칼이 추가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공산이 크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6월 미국의 석유화학회사 액시올 인수를 눈앞에 뒀지만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포기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그룹 전체매출의 15%를 차지하는 화학부문을 유통부문(40% 차지) 만큼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