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가 합병해 통합 이마트가 출범했다.
이른바 상품의 통합 구매를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된 전략이지만 한채양 대표이사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어보인다.
▲ 통합 이마트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이마트24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신세계그룹> |
편의점사업을 하는 이마트24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통합 이마트가 내는 시너지가 부각되지 못할 수도 있다.
1일 유통업계에서는 통합 이마트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이마트24 실적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마트는 6월30일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했다. 1일 등기를 마치고 통합 이마트가 출범했다. 이마트는 통합 매입과 물류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통합 이마트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신경써야 하는 곳은 이마트24라는 시각도 있다. 이마트24가 이마트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별도기준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나고 있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별도기준으로 순매출 3조8484억 원, 영업이익 93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순매출은 2.0%, 영업이익은 44.9% 늘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분기보다 순매출 3.9%, 영업이익은 63.6% 증가했다. 두 회사만 떼어놓고 보면 잘되고 있는 회사끼리 합쳤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마트 이름을 달고 있는 오프라인 3개 회사 가운데 나머지 하나인 이마트24는 상황이 다르다.
이마트24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31억 원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적자폭이 92억 원 확대됐다. 통합 이마트가 내세운 목표대로 시너지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마트24 실적이 이를 상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 대표가 안고 있는 과제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마트24 수익성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마트가 1분기 실적 자료에 명시한 주요 연결 자회사 9개 가운데 적자폭이 커진 것은 이마트24가 유일하다. SSG닷컴이 영업손실 139억 원, G마켓이 영업손실 85억 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두 회사 모두 지난해 1분기보다 적자폭을 줄였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가 흑자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GS25와 CU 매장이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24 매장만 연간 기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편의점업계에서 이마트24 위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이마트24가 편의점을 열려는 점주들에게 선택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점주들이 다른 매장을 선택하는건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이마트24도 이끌고 있다. 통합 이마트 실적 뿐만 아니라 이마트24 실적도 챙겨야하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신세계그룹이 처음으로 통합대표체제까지 도입하면서 오프라인 3사를 한 대표에게 맡긴 만큼 그룹에서 기대하고 있는 부분도 명확하다. 오프라인 3사의 실적을 정상화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아 보인다.
▲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겸 이마트24 대표이사가 단기간에 이마트24 수익성을 개선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마트24는 한 대표 취임 이후 계속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24 캄보디아 1호점. <이마트24> |
실제로 한 대표가 취임한 뒤 이마트24의 수익성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가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의 압박도 최근 그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대표들을 정기 임원인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 올해에만 신세계건설, SSG닷컴, 지마켓 등 3곳의 대표이사가 경질됐다.
한 대표는 통합 이마트를 출범하면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실적의 반등을 위한 기반은 다져놓았다.
한 대표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의 합병을 준비하면서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각각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다. 희망퇴직은 이마트 창립 이후 처음,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011년 이마트에 인수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 대표가 대외적으로는 그럴 듯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상은 감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