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뉴저지주 한 중학교.

선생님이 수업 시간 중 전날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주요 종목의 움직임을 담은 장표를 교실 화면에 띄운다. 대부분 종목 주가가 하락해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국 일본의 투자교육 강화, 한국 금융당국도 ‘청년 금융교육’ 속도 낸다

▲ 금융투자협회는 산하 '투자자교육협의회'를 통해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금융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계열을 1개월, 6개월, 1년으로 늘리자 지수의 상승 모습이 명확히 확인된다. 선생님은 이를 통해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영국언론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한 미국 뉴저지주의 한 중학교 수업 풍경 모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통해 금융투자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일본증시가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청소년 등 미래세대를 향한 금융투자교육 확대 바람도 증시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금융당국도 이런 세계시장 흐름에 발맞춰 투자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교육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30일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을 종합하면 2020년대 들어 미국에서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금융투자교육을 의무화하는 주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이후 현재까지 17개 주가 금융투자 수업 이수를 고등학교 졸업 필수요건으로 법제화하면서 미국에서 금융투자교육을 의무화한 주는 전체 50개 주의 절반인 25개 주까지 늘어났다.

금융투자교육 활성화를 지지하는 단체인 차세대개인금융(Next Gen Personal Finance)에 따르면 미국 중고등학생의 53%가 금융투자교육이 이미 법제화돼있거나 법제화가 추진 중인 주에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뉴욕주가 금융투자교육 의무화를 고려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에선 이미 관련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가 가세한다면 향후 미국 중고등학생의 70%가 금융투자교육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과과정에 금융투자교육이 의무화하면서 미국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주식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금융투자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는 일본은행의 산하 기관인데 올해 8월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기존에 일본의 금융투자교육은 이합집산의 형태로 진행됐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한데 모으기 위해 일본은행 산하 컨트롤타워로 설립된 것이 J-FLEC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금융투자교육을 통해 신NISA(한국의 ISA에 해당)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점도 증시 밸류업의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어린시절 금융투자교육은 실제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이빈대학의 용 장(Yong Zhang) 교수 등 연구진이 지난해 발간한 논문을 보면 어린시절부터 금융투자교육을 받으면 실제 향후 수익률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의 투자교육 강화, 한국 금융당국도 ‘청년 금융교육’ 속도 낸다

▲ 금융위원회는 최근 청년층 대상 금투교육 활성화에 나섰다.


이들은 2018~2020년에 걸쳐 중국 증시에서 7만7980명 개인투자자들의 행동 패턴과 수익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교과 과정에서 금융투자교육을 받은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개인투자자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금융당국도 금융투자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2024년 제1차 금융교육협의회'를 열고 청년 금융교육 캠페인 추진방안, 금융교육 계획 등을 논의했다.

여기서 금융감독원은 '금융교육 실적 및 계획'과 함께 지난해 처음 실시된 금융소비자 금융역량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청년 금융교육 강화방안 등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최근 들어 적은 돈이라도 직접 투자해 경험을 쌓는 방식으로 자산을 형성해 나가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도약계좌와 같은 정책과 함께 금융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투자교육은 일본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교육협의회’라는 최상위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 실무는 금융감독원이 맡고 있다. 그 산하에 금융투자협회의 '투자자교육협의회' 등이 청년층을 대상으로 실제 금융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금융투자교육 관련 인지도가 여전히 낮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해결책으로 미국과 같이 교과 과정에서 금융투자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중고등 교과 과정에서 금융투자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서는 언어, 수학 등 대입시험 과목에서 금융 관련 지문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같은 조치도 청소년의 금융투자 지식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