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두고 ‘덜렁덜렁’이라고 한 발언을 사과했다.

박 장관은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세사기 피해지원 청문회에 출석해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 요구에 “결과적으로 제 말 때문에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국토장관 박상우, 전세사기 피해자에 '덜렁덜렁' 발언 43일 만에 사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장관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섞여 들어간 것에 대해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5월13일 박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 보완대책을 설명하다 “전세를 얻은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꼼꼼하게 따져볼 때 활용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청년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박 장관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전세사기라고 하는데 사기 사건이 아니라 전세제도를 안전하게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사고’다”며 “대부분 피해자가 공인중개사 도움을 받아 정상 거래를 했는데 피해자들이 잘못해 사고가 생긴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은 “전세사기가 여러 제도적·시장적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피해자들의 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회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하루빨리 실현가능하고 실질적으로 효과 있는 피해 구제책을 만들어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답변했다.

박 장관은 취임 후 반 년이 지나도록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지 않은 부분도 사과하며 조만간 피해자들을 만나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은 적이 있는지 묻자 박 장관은 "송구스럽지만 직접 만나지 않았고 국토부 직원들이 만났다"며 "소홀했던 측면이 있어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의견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 제출을 요구했다. 이행하지 않으면 위원회안을 마련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가 문닫기 전 야당 주도로 통과된 선구제·후회수 중심 전세사기지원특별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박 장관은 5월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을 확대하는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전 지원 강화방안'을 대안으로 발표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