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동원F&B가 동원디어푸드를 분할한 지 3년 만에 다시 흡수합병 계약을 체결하며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동원F&B가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결정을 뒤집고 온라인 사업부의 재흡수 합병을 결정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해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원F&B와 동원디어푸드 3년 만에 재결합, '빅블러' 빠른 대응 성과볼까

▲ 독일 쾰른 '아누가 2023'에 마련된 동원그룹 부스 조감도. <동원그룹>


24일 유통업계에서는 동원F&B가 최근 이사회를 열고 3년 만에 다시 동원디어푸드 흡수합병을 결의한 것은 다소 이례적 행보라는 시선이 나온다.

동원F&B는 2021년 전문성 강화를 통한 효율성 향상을 목적으로 동원디어푸드 물적분할을 시행했다. 그런데 3년 만인 2024년 다시 비용절감 및 경영 효율성 향상을 목적으로 흡수합병을 결정하며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이번 동원F&B의 결정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최근 식품업계에서 자사 온라인 쇼핑몰(자사몰)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자사몰은 유통과 입점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어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다. 또한 자사몰을 통해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소비자 트렌드나 구매성향 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활용해 신제품 개발, 마케팅 등 회사 경영에 활용할 여지도 존재한다.

동원F&B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해 자체 건강기능식품 전문 온라인몰 웰프를 열었다. 

동원F&B는 동원디어푸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자사몰을 개설했다. 이에 동원디어푸드를 별도 자회사로 운영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동원디어푸드는 자사몰 강화의 일환으로 기존 동원F&B 온라인 사업인 동원몰, 츄츄닷컴과 동원홈푸드 온라인 사업인 더반찬 등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동원디어푸드의 자사몰 비중은 7.89%에 불과하다. 동원디어푸드가 자사몰 강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식품업계가 최근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수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동원F&B의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동원F&B는 최근 가정간편식(HMR)을 중심으로 해외진출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독일 퀼른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 ‘아누가’에 참석해 가정간편식과 식물성 참치, 햄 등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올해 동원F&B가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만큼 수출물량 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동원F&B도 온·오프라인의 유통역량을 한 곳에 집중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원F&B는 이번 결정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환경의 영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동원F&B와 동원디어푸드 3년 만에 재결합, '빅블러' 빠른 대응 성과볼까

▲ 동원F&B 건강기능식품 온라인몰 웰프. <동원F&B>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온·오프라인 사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계열사들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동원디어푸드를 분할했던 2021년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이 급격히 확대된 상태였다”며 “당시에는 온라인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물적분할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의 온·오프라인 경계가 지속적으로 희미해지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부를 따로 분리해서 운영하기보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동원디어푸드는 2021년 동원F&B의 온라인 사업부분을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주력 사업으로 온라인 식품 유통을 맡고 있다.

동원F&B의 사업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일반식품 부문, 조미유통 부문, 사료 부문, 온라인 사업 부문이다. 이번 합병으로 동원디어푸드 직원들은 기존 업무를 이어받아 동원F&B 온라인 사업 부문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동원F&B의 조직 효율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동원F&B가 물적분할을 시행한 2021년 온라인 사업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5.7%로 이전보다 증가했으나 여전히 한 자리 수에 머물러있다. 별도의 자회사로 운영할 만큼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물적분할을 실시해 경영상 비효율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동원F&B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모든 사업 분야에서 부문간 매출액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부문간 매출액은 기업 내부의 각 사업부문별로 발생한 매출로 기업 내부적 경영 성과를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이번 흡수합병을 통해 동원F&B의 유통구조가 간소화되며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동원디어푸드를 품으며 동원F&B의 규모도 더욱 커진 만큼 식품 유통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