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비전프로와 파생 제품들이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와 비슷한 운명을 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의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헤드셋 '비전프로'.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공간 컴퓨터로 정의한 확장현실(XR) 헤드셋 ‘비전프로’ 후속 기기와 보급형 신제품, 스마트글라스 출시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소비자 수요 부진과 기술적 한계, 경쟁사의 역량 등을 고려한다면 애플의 이러한 증강현실(AR) 신사업이 결국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 취소와 같은 길을 따르게 될 수 있다.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2월 출시된 애플 비전프로의 시장성을 두고 증권가에서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비전프로가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값비싼 기기에 그칠 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눈을 가리는 형태의 커다란 헤드셋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처음 구상한 뒤 관련 하드웨어 및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10년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비전프로 후속 제품 가격을 낮추고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확보한다면 이를 충분히 성공으로 이끌 잠재력을 갖췄다고 바라봤다.
애플은 현재 3499달러(약 486만 원)에 이르는 비전프로 후속 모델에 이어 절반 정도 가격의 보급형 신제품, 기능을 크게 간소화해 휴대성에 중점을 둔 스마트글라스 형태 기기를 모두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비전프로에 초기 시장 반응이 부정적으로 나오자 이러한 제품의 출시 계획을 대부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사인 메타의 가상현실(VR)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와 스마트글라스가 시장에서 더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도 애플의 전략 변화를 자극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비전프로 보급형 제품이 기존 계획대로 2025년 말 출시될 가능성이 크지만 고가 모델 후속작은 2026년 말 판매를 시작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고가의 비전프로 차기 제품 개발과 출시를 완전히 백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증강현실(AR) 기능에 특화한 스마트글라스 형태 제품의 출시 시점도 2027년 또는 그 이후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애플이 공개한 '비전프로 앱스토어' 이미지. |
그러나 비전프로 첫 제품이 시장에서 예상보다 더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다면 애플이 증강현실 또는 확장현실 관련 사업에 투자를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성공 가능성이 아직 불투명한 신사업에 애플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무리한 노력을 이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애플 비전프로를 비롯한 관련 제품들이 올해 초 애플에서 전면 백지화한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10년에 걸쳐 100억 달러를 넘게 들인 자동차 개발 계획도 포기했던 사례가 있다”며 “증강현실 헤드셋과 글라스에 연간 수억 달러의 투자를 계속 이어갈 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애플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관련 사업의 시장성을 계속 검토하며 새 하드웨어 및 운영체제 개발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애플은 확장현실 헤드셋 또는 스마트글라스가 궁극적으로 아이폰과 같은 기기를 대체할 하드웨어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보며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프로는 하반기부터 미국 이외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따라서 글로벌 판매 성적이 애플의 확장현실 및 증강현실 사업 지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증강현실 관련 사업 방향성을 크게 바꿔내며 새로운 전략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비전프로는 업무와 교육용,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용도를 갖추고 있어 정체성이 불분명한데 이를 콘텐츠 재생에 특화한 기기로 재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플워치 역시 출시 초반에는 활용도가 불분명했지만 애플이 이를 점차 헬스케어 기기로 발전시키며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는 상품으로 자리잡도록 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비전프로의 부진한 초반 실적은 애플 경영진이 전략을 재검토하게 만들었다”며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남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