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정거래위원회와 쿠팡이 자체브랜드 상품을 우선 노출한 행위와 관련해 정반대의 논리를 펴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사용자의 의도가 개입될 여지가 있는 ‘쿠팡랭킹’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체브랜드 상품을 검색순위 상단에 노출한 것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른바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했다고 보는 것이다.
 
쿠팡과 공정위 논리 싸움 '팽팽', 검색 알고리즘 설계 적절성 놓고 시각 대립

▲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자체브랜드 상품을 사실상 우대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쿠팡은 쿠팡랭킹이든 어떤 제도든 결국 어떤 상품을 어디에 노출하느냐의 문제는 플랫폼 고유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정위가 문제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3일 쿠팡의 소비자 기만행위에 따른 과징금 1400억 원 부과와 관련해 공정위의 보도자료와 쿠팡의 반박 입장문을 비교해보면 둘의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정위의 주장을 살펴보면 쿠팡이 ‘쿠팡랭킹’이라는 이름으로 검색순위를 매겨 이를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킨 것을 핵심 문제로 보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은 상품 검색순위를 ‘쿠팡랭킹’으로 분류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쿠팡랭킹은 판매량과 구매후기 수, 평균 별점 등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을 중요하게 반영하는 지표이자 알고리즘이다.

공정위는 쿠팡랭킹의 중요성과 관련해 “소비자들은 검색순위가 높으면 해당 상품이 판매량과 구매후기 등에서 우수한 것으로 인식한다”며 “검색순위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쿠팡랭킹은 일반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흔히 사용하는 판매량순이나 낮은가격순, 높은가격순 등 정량적 지표가 아니다. 쿠팡 역시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해 최적의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쿠팡랭킹 알고리즘을 설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쿠팡랭킹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전적으로 플랫폼의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쿠팡랭킹순으로 정렬한 상품 검색순위에서 쿠팡의 자체브랜드 상품이 상단에 노출된 결과가 나온 것이 이런 의도의 산물이라고 공정위는 본다.

공정위는 쿠팡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공개하며 “쿠팡이 2021년 5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이 검색결과에 대한 큰 불만 가운데 한가지로 지적됐다”며 “내부자료에서도 ‘특정 검색어의 상단 검색결과 대부분이 자체브랜드 상품으로 노출돼 검색결과의 다양성이 저해되고 다른 브랜드의 불만을 야기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쿠팡이 임직원들을 동원해 자체브랜드 상품을 중심으로 긍정적 구매후기를 달게 한 것도 큰 문제라는 것이 공정위의 시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2297명의 임직원에게 자체브랜드 상품에 긍정적 구매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쿠팡이 직접 설계한 쿠팡랭킹 알고리즘에 따라 해당 상품이 검색순위 상단에 노출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위는 쿠팡이 주요 직책자로 구성된 CLT라는 조직을 꾸려 자체브랜드 상품을 사실상 우대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도 짚었다. 임직원들에게 자체브랜드 상품 출시 단계부터 시작해 구매후기를 다는 구체적 매뉴얼을 운영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이런 공정위의 시각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공정위의 주장과 다소 결이 다른 논리로 반박한다. 다른 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형평성을 내세우는 것이다.

쿠팡은 “오프라인 진열과 온라인 검색순위는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며 “매출이 4배 이상 잘 나오는 ‘골든존’에 자체브랜드 상품을 판촉하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등과 비교해 역차별이다”고 주장한다.

쿠팡은 오프라인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이 자체브랜드 상품을 고객 눈에 잘 띄는 이른바 ‘골든존’에 주력 배치하고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자체브랜드 상품의 매출을 최소 30~40%에서 많게는 4배까지 늘린다는 것이 쿠팡의 주장이다.

쿠팡이 자체 판단에 따라 검색 알고리즘을 설계했다고 한들 다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골든존에 배치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무엇이 다르냐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쿠팡랭킹의 알고리즘 설계를 의도적으로 유리하게 조작해 자체브랜드 상품 노출을 늘렸는지와 관련해서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유통업체의 본질은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쿠팡과 공정위 논리 싸움 '팽팽', 검색 알고리즘 설계 적절성 놓고 시각 대립

▲ 쿠팡은 자체브랜드 상품을 검색순위 상단에 노출시키는 행위는 다른 플랫폼에서도 동일하게 발견할 수 있는 관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쿠팡>


그 예로 다른 플랫폼들도 사실상 쿠팡과 같은 관행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켓컬리와 배달의민족, SSG닷컴, 롯데온 등 자체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여러 이커머스에서도 기본 추천순으로 자체브랜드 상품이 상단 노출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SSG닷컴과 롯데온은 각각 계열사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 상품을 판매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쿠팡뿐 아니라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 역시 의도적으로 자체브랜드 상품의 노출을 늘리는 쪽으로 알고리즘을 설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며 “쿠팡과 같이 심판이자 선수로의 이중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하게 소비자를 유인하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혐의가 발견될 시에는 법위반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쿠팡은 임직원들의 구매후기 작성과 관련한 문제를 놓고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국내외 주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가운데 쿠팡과 같이 임직원들에게 자체 상품에만 구매후기를 작성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 보도자료에는 임직원 후기만 놓고 거래관행을 조사하고 자체브랜드 상품 우대에 대해서는 거래관행에 대한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따르면 소비자에 대한 위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 상거래 관행에 반하는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만 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