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 사장이 선사들의 석유화학제품(PC)운반선 발주 확대에 힘입어 일찌감치 연간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하며 실적 개선을 예고했다. 

HD현대미포는 저가 수주한 물량 비중이 높은 탓에 국내 주요 조선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수주 선박 구성(믹스)가 개선되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미포 고가 수주 순항, 김형관 중형선박 최강 입지 다져 흑자전환 예고

▲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 사장이 HD현대삼호(당시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시절인 2022년 10월19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사장은 수주와 영업에서 성과를 낸 데 이어 친환경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며, 미래 조선 시장에서도 중형 선박 분야 선두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11일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선사들의 PC선 발주 추세와 HD현대미포의 현재까지 PC선 수주 현황을 고려했을 때 회사는 2017년의 PC선 수주 기록(51척)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가 올해 들어 수주한 PC선만 40척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량(38척)을 넘었다. 올해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만큼 여전히 추가 수주 여력이 크다는 관측이다. 

선사들의 PC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신조선가 상승 추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HD현대미포의 주력 선종인 중형 PC선의 신조선가는 지난해 말 1척당 4750만 달러에서 최근 5100만 달러로 7.4% 상승했다. 같은 기간 클락슨 신조선가지수 상승률 4.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실제 HD현대미포도 갈수록 높은 가격으로 PC선을 수주하고 있다. 회사가 5월 이후 수주한 PC선은 모두 6척으로 5월16일, 6월5일·7일 각각 2척씩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16일 계약을 체결한 PC선의 1척당 가격은 666억 원 수준이었는데 이달 5일 686억 원, 7일 742억 원으로 점차 비싼 가격으로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PC선 수주량이 증가하며 올해 전체 선종의 연간 수주 목표치도 이미 초과달성했다. 회사가 현재까지 수주한 물량은 약 34억5600만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올해 목표치 31억 달러의 111% 수준이다. 

수주 호조와 별개로 영업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미포는 국내 주요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며 HD현대 그룹 내 아픈 손가락같은 신세였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손실 110억 원을 내며, 국내 조선 빅5(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과거 저가 수주한 물량 비중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데다 공정 정상화에서도 가장 더뎠기 때문에 다른 조선사들보다 적자기조가 오래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저가 수주 물량을 털어내고 고가 수주 비중이 늘어나는 믹스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영업실적도 점차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미포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에서 전체 물량 160척 가운데 PC선은 67척, 컨테이너선은 53척으로 여전히 저가 컨테이너선 물량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 4월 말 기준 수주잔고를 보면, 전체 물량 176척 가운데 PC선은 96척, 컨테이너선은 36척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PC선 수주가 늘어난 반면 컨테이너선 수주 비중이 줄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르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HD현대미포의 올해 연간 기준 실적 전망치를 매출 4조2031억 원, 영업이익 634억 원으로 제시했다. 

김형관 사장은 수주와 영업실적 호조와 함께 세계 중형선박 분야에서 입지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조선업 불황기에 조선사 다수가 시장에서 퇴출됐는데, 중형 선박 분야는 대향선박 쪽보다 구조조정 강도가 더 컸다. 구조조정에도 살아남은 HD현대미포 시장 입지는 더 커졌다. 
 
HD현대미포 고가 수주 순항, 김형관 중형선박 최강 입지 다져 흑자전환 예고

▲ HD현대미포는 5일에는 미국 ABS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추진 석유화학제품(PC)운반선에 대한 설계 기본인증을 받았다. 크리스 레온토폴로스 ABS 유럽 기술 담당 부사장(왼쪽)과 정이효 HD현대미포 부사장. < ABS선급 > 

김 사장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력 확보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친환경 선박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 관련 기술력을 주요 선급들로부터 인정받으며 친환경 선박 분야를 선점할 기술적 기반을 확보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회사는 최근 그리스에서 열린 해양 분야 박람회 ‘포시도니아2024’에 참가해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반 무탄소 전기추진시스템 △암모니아 추진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암모니아 추진 피더컨테이너선에 관한 기본설계 인증(AIP)을 3곳의 선급으로부터 각각 획득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10월 유럽 선사와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 가스운반선 건조계약도 체결했다. 이 암모니아 추진 가스운반선은 세계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