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06-10 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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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 자회사(지분 71.2%)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미국 증시 상장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웹툰산업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려워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웹툰 엔터테인먼트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이 기업의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웹툰엔터테인먼트가 202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어메이징 페스티벌에 참가해 현지 만화 팬들에게 한국의 웹툰문화를 알리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3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공개(IPO) 신고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오는 7월 중 나스닥 상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세계 웹툰 시장 전망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예전과 달리 성장성에 의문표가 달리고 있고, 이에 따라 웹툰엔터 기업가치도 당초보다 많이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페리컬인사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2년에는 세계 웹툰 시장이 2030년까지 6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영향이 잦아들며 전망치가 후퇴해 2024년 시장 조사업체 QY리서치는 2030년 웹툰시장 전망치를 200억 달러 수준으로 낮춰잡았다.
이에 따라 2022년 당시만 해도 10억 달러까지 거론됐던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도 현재 5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12월 미국 사정에 밝은 데이비드 리 최고재무책임자(왼쪽)와 김용수 웹툰엔터테인먼트 최고전략책임자를 선임하고, 기업공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국내 웹툰 이용자 수는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만화산업백서의 '국내 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웹툰을 보는 빈도가 줄면서 주 1회 이상 웹툰을 이용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2021년 66.9%에서 2022년 69.0%로 상승했다가 2023년에는 62.8%로 감소했다.
또 그동안 일본과 북미 지역에서 승승장구하던 한국 웹툰산업이 유럽에서는 고전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웹툰산업에 대한 전망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경쟁사인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픽코마가 유럽시장에서 3년 만에 전격 철수를 결정했다.
앞서 웹툰엔터테인먼트가 2023년 8월 유럽법인 설립을 검토했다가 포기하면서 유럽이 카카오픽코마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수익악화로 카카오픽코마가 철수하면서 유럽은 한국 웹툰산업이 넘지 못한 시장으로 남게 됐다.
카카오픽코마는 한국과 일본 인기 만화를 앞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했지만 유럽 웹툰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만화를 가벼운 즐길거리가 아니라 예술로 보는 유럽인 시각에서 한국의 웹툰문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사업 악화의 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이후 네이버가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네이버 주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다양한 카카오그룹 관계사와 협력할 수 있는 카카오픽코마와 달리 네이버는 영상화 등 추가 지식재산(IP) 사업을 위한 자체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이 네이버 사업의 단순한 쪼개기 상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웹툰 엔터가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벤치마킹해 IP 수익화 전략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신고서로 공개된 웹툰 실적을 보면 이용자 수에 거의 변화가 없는 등 상황이 낙관적이진 않다”며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IP를 보유한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IP 활용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약 47.5%를 차지하는데, 웹툰의 IP 관련 매출이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10% 보다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웹툰 엔터 상황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