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현대차 전기차 대중화 경쟁, 미국시장 ‘보릿고개’ 빨리 지나갈 전망

▲ 3월16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열린 성 패트릭 데이 200주년 기념 퍼레이드 행사에 현대차가 참여한 모습. 현대차는 서배너 지역에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건설해 10월부터 차량 생산에 돌입한다. <현대차그룹>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와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대응해 중저가형 보급형 차량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이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판매에 계속 힘을 실어 전기차 ‘보릿고개’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저가 차량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선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높은 가격대와 충전소 부족으로 인해 지난해까지 보였던 가파른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켈리블루북(KBB)에 따르면 올해 4월 미국에서 전기차 평균 가격은 5만5252달러(약 7592만 원)로 전체 차량 평균 가격대보다 6700달러(약 920만 원) 가량 비쌌다.

그러나 중고차업계를 중심으로 중저가 전기차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현장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GM과 포드 및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중저가 수요에 대응해 2만5천 달러(약 3435만 원) 가격대의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GM은 에퀴녹스와 차세대 볼트EV에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용하는 것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중저가 모델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도 대중화를 통해 전기차 수요 반등을 노린다. 

뉴욕타임스는 “전기차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수십 년 동안 쌓아 둔 대량생산 경험을 새 기술에 적용하면서 제조 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와 현대차 전기차 대중화 경쟁, 미국시장 ‘보릿고개’ 빨리 지나갈 전망

▲ 5월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르테 마데라에 위치한 차량 대리점에 테슬라 모델X를 포함한 신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1, 2위를 차지한 테슬라와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격적 중저가 차량 판매로 시장의 판도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에서 압도적 선두기업과 2위 기업의 전략은 다른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 각각 14만187대와 2만2936대를 판매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판매 증가율이 56%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테슬라는 이르면 2025년부터 보급형 ‘모델2’ 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현대차 또한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이상 이른 올해 10월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에 돌입한다. 

현대차는 현재 한국 울산공장에서 제조한 전기차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조지아 공장에서 차량을 만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를 받아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법인장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전기차가 초기 구매자들(얼리어답터)을 넘어 본격적인 보급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조지아 공장 완공으로 대중화 수요에 적극 대응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가격이 약 3만 달러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진 EV3로 미국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전문매체 일렉트릭은 "EV3가 가격도 저렴하지만 2024년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EV9의 경량화 버전이라는 점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수요가 위축된 ‘보릿고개’를 벗어날 시점이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저가 모델이 쏟아져 나와 시장 전체 규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자동차 판매 사이트인 카즈닷컴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모델 종류는 2025년 100개로 2023년보다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1월 미국 대선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전기차 육성에 부정적 견해를 꾸준히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투자 축소를 포함해 전기차 정책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 일명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중국산 배터리 광물이 공급 경색을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광물에 공급 경색이 나타나면 전기차 부품 가격에 30% 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줄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각종 변수에도 불구하고 주요 제조사들의 중저가 모델을 통한 전기차 대중화 노력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전망을 놓고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결국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보릿고개가 다수의 완성차 기업 사이 대중화 경쟁을 자극하면서 중장기 시장 성장세를 더욱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전기차 판매 둔화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비관론을 적용한다 해도 10년 후면 거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