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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오른쪽)과 황상기 반올림(삼성전자 반도체 산재 피해자 모임) 대표(왼쪽) |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했던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반도체 산재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이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사고가 앞으로 협상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5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등에 따르면 충남 온양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이범우(46) 부장이 지난 1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부장은 1986년부터 2005년까지 자동화 공정 생산라인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2014년까지 사무직으로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장의 죽음과 관련해 “동고동락했던 동료를 잃은 것은 회사의 가장 큰 슬픔”이라면서도 “직업병과 연관이 있는지는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이 부장이 담당했던 설비유지 및 보수업무가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유해물질에 짧은 시간 내에 높은 농도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가 발간한 보고서에서 “온양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을 생성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대목을 근거로 내세웠다.
반올림은 또 “삼성은 이범우씨의 죽음 앞에 백배사죄하고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150여 노동자들의 죽음을 부른 참사에 대해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 피해와 관련해 반올림에 접수된 제보는 40건에 이른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과 삼성 LCD생산 공장 등까지 합치면 피해자 수는 150여 명인 것으로 반올림은 추산한다.
반올림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과 교섭, 산재인정 절차뿐 아니라 반도체 노동자의 산업현장에서 해결책이 온전하게 마련될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오는 13일 5차 협상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번에 재개될 5차 협상은 반올림이 최근 백혈병 사망사고를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여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그동안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피해보상과 재발방치 대책을 놓고 지난달 3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협상했으나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반올림은 안전보건 관리에 소홀했던 점과 산재신청을 방해했던 점 등에 대해 삼성이 사과하고 산재 신청자 모두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사과는 이미 여러 차례 했다”며 “8명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먼저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또 재발방지 대책수립과 관련해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반올림은 사업장 안전관리에 관한 종합진단을 요구하며 화학물질 취급현황 등 정보를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또 안전관리를 외부감독에 맡길 것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종합진단 이외 다른 요구사항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고수하고 있어 협상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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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오른쪽 사진) 관계자들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및 산재의심 피해 가족들이 지난 5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주로 건설회관에서 첫 협상 테이블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