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5-17 15: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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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20여 년 만에 ‘자이(Xi)’ 리뉴얼 등 브랜드 전략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허 사장은 서울 여의도, 압구정 등 핵심지 재건축사업에 도전을 앞두고 있다. 최근 자이 브랜드 위상이 흔들린 만큼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2002년 출시한 '자이(Xi)' 리뉴얼을 통해 20여 년 만에 주택 브랜드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향후 한남뉴타운과 여의도, 압구정 등 서울 핵심 사업장의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허 사장이 어떤 도시정비 전략을 마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에서는 구역이 해제된 한남1구역을 빼고 2구역(대우건설 시공)과 3구역(현대건설 시공)에 이어 남은 4구역과 5구역이 올해 하반기에 재개발사업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아파트지구에 위치한 재건축 단지 15여 곳 가운데 공작아파트(대우건설 시공), 한양아파트(현대건설 시공)가 시공사를 정했고 대교아파트가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
나머지 단지들은 아직 정비계획 수립 이전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수백 세대에서 1천 세대 안팎의 알짜 재건축사업이 꾸준히 시공사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에서는 구역 6곳 가운데 세대수가 3946세대로 가장 많은 3구역을 중심으로 2~5구역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입찰을 추진하고 있다.
GS건설은 2015년 도시정비 연간 수주(시공사 선정 기준) 8조 원을 넘기며 2021년까지 국내 건설사 최고 기록을 보유할 정도로 자이 브랜드를 앞세워 도시정비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2022년에도 7조1476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며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지만 지난해에는 4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여파가 더해지며 연간 1조5878억 원으로 도시정비 수주액이 크게 줄었다.
허 사장 취임 첫해인 올해도 GS건설은 아직까지 3868억 원 규모의 부산 수영구 민락2구역 재개발사업에서만 유일하게 시공사로 선정됐다. 다만 상징성이 큰 핵심지역 재건축 수주전이 줄줄이 기다리는 만큼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허 사장은 한남뉴타운보다는 향후 여의도 재건축사업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구역마다 조 단위의 공사비가 예상되는 압구정 일대 재건축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허 사장은 최근 자이 브랜드 리뉴얼을 검토하고 있다. GS건설이 한남뉴타운에 거점을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전체 도시정비 수주 규모도 크게 줄어든 만큼 브랜드를 개편한다면 여의도 또는 압구정에 깃발을 올리며 새 출발을 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입찰 이전 영업단계부터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브랜드파워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에 여의도, 압구정 등에서 시공사 선정이 가까워질수록 GS건설의 자이 브랜드 리뉴얼 작업이 실제로 실행에 옮겨서 급물살을 탈 것이란 시선도 떠오른다.
이 사업지들은 재정비한 브랜드가 데뷔전을 치르기에 충분한 입지적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이 브랜드 리뉴얼은 최근 잇따른 악재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인천 검단사고 원인으로 주요 철근이 빠진 점이 꼽히며 ‘순살 자이’라는 오명을 썼다. 그에 앞서 지난해 3월에는 서울 중구 서울역 센트럴자이에서는 외벽에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해 빠르게 인천 검단아파트의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뒤 오너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허 사장은 취임 뒤 고강도 쇄신 작업을 진행해 왔고 올해 1월2일 서초구 메이플자이 현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도 품질과 안전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 그랑자이에 KS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가 대거 시공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이미지에 부정적 사건이 연이어 불거지자 GS건설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GS건설은 자이 브랜드가 대중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살펴보고 향후 브랜딩 전략에 관한 전반적 검토에 돌입했다. 올해 고객경험혁신팀(CS), 브랜드마케팅팀 등을 신설한 것도 자이 브랜드를 향한 고민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에서는 GS건설이 자이 로고 변경, 안전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철학 추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이 브랜드를 포기하고 새 브랜드를 내놓거나 하이엔드 브랜드를 따로 두는 방안 등은 20년 동안 쌓아온 입지를 고려할 때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자이는 2002년 9월 GS건설(당시 LG건설)의 기존 ‘LG빌리지’를 대체한 신규 아파트 브랜드로 출시됐다. 특별한 지성(eXtra intelligent)의 X와 I를 따온 이름이다.
▲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반포자이'. GS건설은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사업을 통해 반포자이를 시공했다. < GS건설 >
GS건설은 출시 이후 2002년 11월 공급한 경기 화성시 ‘태안 자이’에 공식적으로 첫 자이 브랜드를 적용했다.
자이는 출시 직후부터 2010년까지 9년 동안 배우 이영애씨를 전속모델로 기용하며 고급 이미지를 구축했는데 이는 건설사의 대표적인 홍보 성공사례로 꼽힌다.
GS건설은 건설업계 최초로 ‘자이안 센터’라는 이름의 ‘커뮤니티’ 컨셉을 도입해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합한 브랜드(자이안 비)를 별도로 출시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2009년 입주한 ‘반포자이’가 서초구를 서울의 핵심 부동산 시장 가운데 하나로 올라서게 한 대표 아파트 단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반포자이는 GS건설이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단지다. GS건설은 반포자이 이후 올해 2월 분양한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까지 서초구 반포에 8천여 세대 규모의 자이 브랜드 타운을 갖추게 된다.
강북에서도 자이는 높은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아 왔다.
서울 종로구 돈의문뉴타운1구역을 재개발한 ‘경희궁자이’는 2017년 강북 신축 최초로 매매 가격이 3.3㎡당 3천만 원을 넘어섰다. 마포구 염리3구역 재개발을 통해 지어진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마포구에서 처음으로 전용 84㎡ 기준 20억 원 이상의 매매 가격을 기록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현재 자이에 관한 인식이 어떤지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브랜드 리뉴얼 방향이나 계획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