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05-16 15:47:56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영원무역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오너 리스크'가 해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각종 내부거래 자료 등에 대한 공개의무가 생기면서다. 성기학 영원무역 대표이사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온 각종 의혹들이 수면위로 드러나게 될 지 시선이 쏠린다.
▲ 성기학 영원무역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온 각종 의혹을 어떻게 해소할지 주목된다. <영원무역>
17일 유통업계에서는 성 회장이 2024년 대기업명단에 오르며 승계 작업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해소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원무역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2024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 주요사항, 기업집단 현황 등을 추가로 공시해야 하며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받게 된다.
영원무역그룹은 영원무역을 주축으로 지난해 말 자산총액 6조900억 원을 기록했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룰루레몬 등 유명 애슬레져 브랜드를 주문사장표부착(OEM)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영원무역그룹은 자회사 YMSA와 관련한 각종 의혹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YMSA는 비상장 법인이지만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를 보유한 실질적 지주사다.
YMSA는 1984년 섬유 및 원단 관련 수출입업을 주된 사업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2011년 지주사로 전환됐다. 2011년 당시 YMSA 최대주주는 성기학 및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 45.59%를 차지했다.
YMSA는 지주사로 전환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구체적인 지분 변동 내역 대한 공시를 하지 않았다. 비상장법인으로 공시 의무가 존재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영원무역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비상장법인의 정보공개가 의무화됐다. 이제부터는 비공개사유를 들어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선 지분 증여 과정에서 나온 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성 회장은 지난해 3월 성래은 영원무역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소유하고 있던 YMSA 지분 50.01%를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증여세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성 부회장은 증여세 850억 원 가운데 대부분을 YMSA에서 빌려 납부했다. YMSA는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당시 본사 건물로 사용하던 대구에 위치한 빌딩을 약 600억 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해당 건물의 매수자가 그룹 내 다른 회사인 영원무역으로 드러나며 내부거래를 통해 증여세를 마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영원무역은 YSMA가 주주의 주식보유 현황이나 자산변동 등에 대한 공시를 요구하지 않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YMSA가 이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YMSA의 내부거래 비중은 2020년 92.9%, 2021년 95.8%, 2022년 95.1%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별도기준으로 200억 원 가량이던 매출도 8년 만에 700억 원을 넘기며 3배가 넘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영원무역이 제기된 의혹을 해소해고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성 회장이 승계 작업을 원만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를 들여오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노스페이스>
영원무역홀딩스는 성 회장과 성 부회장 등이 주요 개인 주주로 있지만 27.2%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영원무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7천억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보유했음에도 경쟁기업 대비 낮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사 보수 한도는 기존 8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늘렸다. 자사주 매입·소각 등도 미진해 주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성 회장은 YMSA 지분의 절반이상을 성 부회장에게 넘겼지만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16.77%를 보유하고 있다. 승계를 마무리하는 데까지 밟아야 할 절차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얘기다.
성 회장은 서울대 무역학과 학생시절부터 산악부원으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아웃도어 스포츠웨어에 관심을 품게 됐다.
졸업 이후 무역회사를 다니다 외국인 바이어의 권유로 1974년 영원무역을 창립했다. 창업 이듬해 당시 세계 최대 스키복업체로부터 스키복 1만 벌 수주에 성공했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주력하던 영원무역은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들여오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성 회장은 영원무역의 자회사 골드윈코리아(영원아웃도어)를 통해 1997년 노스페이스를 국내에 소개했다. 판권을 확보해 직접 판매도 시작했다.
도입 당시에는 아웃도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며 상황이 달라졌다. 노스페이스는 선풍적 인기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장악해 2003년 이후 국내 아웃도어 매출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글로벌 자전거업체 스캇코퍼레이션을 인수하며 프리미엄 자전거 사업까지 품목을 확장했다.
영원무역은 창업 이래 43년째 흑자경영을 이어오며 2년 연속 매출 4조 원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