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 회장은 종합금융그룹을 꿈꾸며 이미지 쇄신에 공을 들여왔고, 러시앤캐시는 제2금융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는 과연 '대부업'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최윤 회장의 러시앤캐시, 대부업 굴레 벗나  
▲ 최윤 아프로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 회장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4일 아프로파이낸셜(브랜드명 러시앤캐시)이 예나래저축은행, 예주저축은행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아프로파이낸셜은 10번의 도전 끝에 제2금융권 진입에 성공하게 된다.


아프로파이낸셜은 2008년부터 9번에 걸쳐 저축은행 인수전에 도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그런만큼 아프로파이낸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아프로프로파이낸셜은 예보가 예나래, 예성, 예주, 예신저축은행의 지분 매각 공고를 내자 저축은행 4개 모두에 대한 본입찰에 참여할 정도로 강한 인수의지를 보였다. 특히 아프로파이낸셜이 강남구청과의 영업정지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저축은행 대주주적격성 심사요건의 걸림돌이 제거된지 불과 일주일만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 회장 역시 예비입찰을 앞두고 "제도권 진입은 그룹의 숙원사업"이라면서 "이번에는 제도권 진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저축은행 비중은 늘리고 대부업 비중은 점차 축소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당분간 저축은행-대부업 이원화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신용카드사까지 더해 ‘종합소비자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최 회장의 최종목표다.

최 회장 꿈의 첫 단계인 저축은행 인수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장벽을 제거해 줬기 때문이다.

예보는 세부 협상을 거쳐 이달 안에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원회의 주식취득 승인을 거쳐 매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당국의 승인이 보통 1~2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아프로파이낸셜은 3~4월 중 기존의 대부업에 더해 저축은행 업무를 병행할 수 있게 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인수 자체보다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인수를 한 후 운영을 잘하면 대부업도 이제 제대로 된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겠지만, 반대로 인수 후에 운영을 잘 못하면 역시 대부업은 아직 멀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이번 인수의 숨은 의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최 회장이 대부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제도권에 있는 저축은행의 이미지로 포장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최 회장이 보여 온 일련의 노력들 때문이다.


  최윤 회장의 러시앤캐시, 대부업 굴레 벗나  
▲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러시앤캐시, 원캐싱, 미즈사랑 포함 총 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국내 1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를 중심으로 원캐싱, 미즈사랑 등 3개의 대부업체와 리스업체인 아프로캐피탈 등 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1999년 대부업에 진출한 이후 10여 년 만에 납입자본금 302억5,000만원, 자기자본금 9,757억원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012년 1월말 기준 총 대출잔액은 1조6,000억원에 육박하며 최근 몇 년간 매년 1,000여억원의 순익을 내고 있다.


최 회장은 1987년 일본 나고야대 경제학과를 나와 일본에서 불고기 전문 한식당을 열어 돈을 벌었다. 당시 일본에서 근무 중이던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고 금융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벤처캐피달에 참여했다 망하고 2002년 '원캐싱'이라는 이름으로 대부업에 손을 댔다. 이후 2004년에 일본계 대부업체 'A&O'를 인수하고 '러시앤캐시' 브랜드로 키워냈다. 러시앤캐시는 대출 신청자의 여러 정보를 입력하면 대출금을 얼마나 빌려줘도 되는지, 떼일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돌풍을 일으켰고, 현재 자산 2조원으로 국내 대부시장의 30%를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최 회장이 재일교포 3세인 탓에 그룹에 따라붙은 '일본 돈' 이미지와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최 회장은 그룹 이미지 관리에 무척 공을 들여왔다. 스포츠마케팅과 TV광고가 대표적이다. 러시앤캐시는 프로배구단, 골프대회 지원을 통해 스포츠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는 한편 고급스러운 생활을 보여주는 남녀와 신입사원이 등장하는 TV광고를 통해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또 장학사업 등 교육관련 지원사업도 활발히 펼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영업 부분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최고금리에서 최대 10% 포인트 낮춘 연 20%대 금리를 적용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