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환경 경영전략' 갈 길 멀어, 기후위기 대응 노력 "매우 부족" 평가

▲ 삼성전자가 기후위기 대응 평가에서 글로벌 주요 IT기업 가운데 하위권 성적을 받았다. 사진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과 탄소 감축 이행률 등 기후위기 대응 분야에서 글로벌 주요 IT기업에 밀려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삼성전자가 2022년에 발표한 ‘신환경 경영전략’ 목표를 실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비영리 연구단체인 신환경연구소와 탄소시장감시가 발간한 ‘2024 기업 기후책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사 대상 IT기업 가운데 기후대응 분야에서 크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 기후책임 모니터는 2022년부터 해마다 발간되는 보고서로 글로벌 주요 기업의 기후대응 현황 및 성과를 평가한다.

각 기업별로 기후대응 항목에 따라 높음(high), 합리적(reasonable), 보통(moderate), 부족(poor), 매우 부족(very poor) 평가를 매기는데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정합성(integrity) 분야에서 유일하게 ‘매우 부족’ 평가를 받았다.

구글은 재생에너지 정합성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보통을, 대만 TSMC는 부족을 받았다.

해당 항목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등급을 받은 기업 토요타, 폴크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차량 제조사와 의류 브랜드 아디다스, 식품기업 테스코 등이었다.

보고서에 나타난 기업 기후책임 모니터(CCRM) 평가에는 온실가스 스코프 2(간접 배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RE100 선언 여부 등이 반영됐다.

삼성전자의 위치 기반(location based) 스코프 2 배출량 점수는 19.9, 시장 기반(market based) 스코프 2 배출량 점수는 9.1을 기록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많다는 뜻이다.

애플의 배출량 점수는 두 항목에서 각각 1.1과 0.003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점수를 모두 합쳐도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었다.

TSMC는 위치 기반 배출량 점수에서 10.9를 받아 삼성전자와 같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도 큰 차이를 보였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한 반면 삼성전자는 31%에 그쳤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수급하며 탄소 감축에 큰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TSMC도 최근 한국과 대만에서 각각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돼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신환경 경영전략' 갈 길 멀어, 기후위기 대응 노력 "매우 부족" 평가

▲ '2024 기업 기후책임 모니터'에 포함된 테크와 전자 기업 평가 도표. 첫번째 열부터 기업명, 위치 기반 스코프2 배출량, 시장 기반 스코프2 배출량, 재생에너지 비중, 평가 등급이다. <신기후연구소>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도 삼성전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이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탄소 감축 이행 약속 부문에서 기업들의 2030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중위값(median value)은 30~33%로 집계됐는데 삼성전자는 10% 미만으로 이를 크게 밑돌았다.

탈탄소 이행률에서도 삼성전자는 20%를 기록해 크게 뒤처졌다. 애플은 60% 이상을 기록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각각 40% 안팎을 기록했다.

현재 상황을 두고 평가할 때 삼성전자가 2022년 9월 내놓은 신환경 경영전략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러 난제를 해결해야만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DX사업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50년에는 전사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통해 연간 1700만 톤이 넘는 탄소 감축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 감축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전력 사용량이 해마다 늘고 있어 단기간에 추진하기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힌다.

특히 반도체와 같이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보니 친환경 에너지 조달과 관련한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 내용과 같이 삼성전자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향한 평가가 엄격해지고 있는 만큼 탄소 감축을 위한 전략을 더욱 구체화하고 실행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 나온다.

프레데릭 한스 신기후연구소 연구원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은 지금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후행동을 향한 의지와 위기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