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온이 북미 투자를 확대하면서 잡음도 나타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SK온의 미국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포드와 합작법인을 통해 신설하는 미국 공장에서 노동자 건강 및 안전과 관련한 사건이 수 차례 발생하더니 정부에서 SK온 미국 자회사에 벌금을 부과하면서다.
8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는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에 노동자 안전과 관련해 6건의 심각한 사항 및 다소 정도가 낮은 1건의 사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7만7천 달러(약 1억42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2023년 10월 조지아주 애틀란타 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뒤 일부 노동자가 회사의 미흡한 대처를 이유로 관계 당국에 신고한 데 따른 결과다.
노동부는 조사 결과 직원들이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와 니켈을 다룰 때 호흡기 관련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슈아 터너 미 산업안전보건청(OSHA) 지역 사무국장은 성명을 통해 “SK배터리아메리카는 리튬이온 배터리 재료가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수록 기업이 노동자 안전을 보장할 책임도 커진다”라고 전했다.
SK온의 미국 사업장에서 최근 노동자 건강 및 안전 문제와 관련한 크고 작은 사건이 반복해서 벌어지고 있다.
현지 지역언론 WDRB에 따르면 블루오벌SK 켄터키주 글렌데일 배터리 공장은 2월 생산 장비를 옮길 때 쓰이는 나무 상자들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주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블루오벌SK 제1공장의 4월 공정 현황. 당초 예정대로 2025년에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 블루오벌SK > |
작업 노동자들의 호흡기 계통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
당시 블루오벌SK 관계자는 WDRB를 통해 “현장 건설 노동자들은 블루오벌SK 직원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지역언론 쿠리어저널에 따르면 글렌데일 사업장에서 2월에 폭발물 관련 위협도 두 차례 있었다. 2월29일에는 폭발물로 의심되는 장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3월에는 블루오벌SK 부지 내에서 총기를 소지한 사람이 있다는 경찰 신고가 있었다는 WDRB 보도도 나왔다. 폭발물과 총기 모두 오인 신고로 판명됐고 인명 피해도 없었다.
그러나 SK온 미국 사업장에서 단기간에 이러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점은 기업 이미지 또는 노동자들의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특성상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막강한데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원만한 노사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와 같은 강성 노조는 일반적으로 노사협약 체결을 논의할 때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 등 문제를 중요한 사안으로 거론할 때가 많다.
SK온을 비롯해 미국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신설하는 배터리 업체들은 단기간에 다수의 인력을 확보하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다.
이러한 잡음이 이어지는 것은 채용에도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있다.
SK그룹이 북미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다른 국내 기업집단과 비교해 해외 생산공장 투자 및 운영 경험을 충분히 쌓지 않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2023년 8월9일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우측 두 번째)와 이종한 블루오벌SK 대표가 글렌데일 공장을 찾아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블루오벌SK > |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에 해외 사업장을 관리해 본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미국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SK온의 배터리 생산은 대부분 미국 포드와 협력을 통해 진행되는 만큼 이러한 요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 및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수조 원을 투자하며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 문제 등 논란과 사건을 딛고 안정적으로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SK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를 통해 “SK배터리아메리카는 안전한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한 근로자 안전 수칙 및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며 “지적사항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절차에 따라 합당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