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협회 ESG 규정에 반발, "지나친 규제로 미국보다 경쟁력 떨어져"

▲ 유럽 ESG 규제가 지역내 은행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BNP파리바 지사. < Flickr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가 유럽 내 은행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은행협회(EBF)는 유럽 은행들이 미국 은행들과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EBF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유럽 내에서 적용되는 ESG 규제다. 유럽 은행들은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ESG 기준에 맞춘 자산 관리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이것이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1월부터 새로운 ESG 규정을 도입해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의 ESG리스크를 파악하고 측정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 상세한 포트폴리오 분석부터 시장 상황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리스크까지 예측해 대책을 세우도록 요구한다.

이에 반해 미국 은행들은 공화당 등의 반대로 ESG 규정 도입이 늦어지고 있어 이러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데니사 아베르메테 EBF 지속가능재무 선임 정책 고문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ESG 규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유럽 은행들에만 적용이 되기 때문”이라며 “유럽 은행들은 현재로서 가늠하기 어려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당장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자체 분석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은 미국 은행들과 비교해 기업가치도 크게 저평가되고 있었다.

JP모간의 시장 가치가 보유한 자산 대비 1.9배, 모간스탠리가 1.7배로 파악된 반면 유럽 대표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는 0.7배, 도이체방크는 0.5배 등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필립 리처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선임 은행 애널리스트는 “지속가능성 투자 분야에서 수익이 늘지 않는 한 유럽 은행들이 미국 은행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규제 관련 리스크 해소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유럽중앙은행(ECB) 등 유럽 금융당국들은 ESG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ECB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은행 가운데 약 4분의 3이 자연환경 관련 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유럽은행감독청은 “유럽 은행들의 ESG 리스크 관리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EU의 지속가능한 경제 변환을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은행감독청은 ESG 규제 강화를 앞두고 이번 달 18일까지 업계 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