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서 중국산 테슬라 ‘메기’ 되나, 벤츠-BMW 15년 양강구도 깨진다

▲ 테슬라 모델3. <테슬라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가 가격을 낮춘 중국산 모델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는 2분기 중 중국에서 생산한 저가 모델3의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15년 동안 양강 구도를 형성해온 국내 수입차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데이터센터 통계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차 판매량은 5만4583대로 전년 동기보다 11.5% 줄었다. 다만 해당 통계에는 작년에 빠졌던 KAIDA 비회원사 테슬라가 올해는 포함됐다.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차 판매량을 보면 4만8838대로 전년 동기보다 21.6%나 줄었다. 

특히 BMW,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볼보, 포르쉐 순으로 1분기 판매 '톱5'에 오른 수입차 브랜드들은 모두 1년 전보다 판매량이 감소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대기 수요의 감소, 글로벌 주요국들의 통화긴축 기조 지속 등의 영향을 받아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올해 1분기 국산차와 수입차를 합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이 8.8%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더욱 뚜렷한 판매 위축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수입차 업계에는 최근 연간 국내 전체 신차 판매량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하면서 '수입차를 살 사람은 다 샀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게다가 유럽에서 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올해 물류대란까지 '2중고'를 겪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면서 작년 11월부터 홍해 인근을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통하지 않고 아프리카 남단으로 선회하면 이동 기간이 2주 가까이 길어지고,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올해 1월 국내 최고 인기 수입모델인 E클래스를 내놓은 메르세데스-벤츠는 출시 직전 홍해가 가로막혀 판매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올 1분기 판매량(1만720대)이 전년 동기보다 28.3%나 감소했다. 판매대수로는 4232대가 빠졌는데 이는 같은 기간 수입차(테슬라 제외) 총 판매 감소분(1만3301대)의 30%를 넘어선다.

하지만 테슬라는 한국 땅에서 홀로 질주하고 있다.

3월 테슬라는 국내에서 전년 동월보다 무려 379% 증가한 6025대를 판매해 수입차 투톱 중 메르세데스-벤츠(4197대)를 제치고 1위 BMW(6549대)에 이은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약진의 이유는 명백하다. 전기차 최고의 브랜드력을 보유한 가운데 지난 1년 사이에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7월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을 국고 보조금 100%(680만 원) 받을 수 있는 가격(5699만 원)에 맞춰 국내 출시했다. 중국산 모델Y에는 기존 미국산 모델Y보다 2천만 원 넘게 내린 가격표가 붙었다.

올해 정부의 보조금 정책 변경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산 모델Y RWD의 구매 보조금이 대폭 깎였지만, 차량 가격을 내리면서 실구매가 인상폭은 200만 원 수준에 그쳤다.

테슬라의 3월 국내 판매량 가운데 98.5%에 해당하는 5934대가 모델Y 판매량이었다.

다만 테슬라는 3개월에 한 번씩 국내에 물량을 들여오는 만큼 3월 테슬라 판매량은 과대평가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입차 시장서 중국산 테슬라 ‘메기’ 되나, 벤츠-BMW 15년 양강구도 깨진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 <비즈니스포스트>

1분기 기준으로 보면 테슬라는 누적 6200대를 팔아 BMW(1만6968대), 메르세데스-벤츠(1만720대)와 격차가 있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올해 연간 수입차 판매에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양강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가 국내 판매량을 대폭 키울 수 있는 '한방'을 더 남겨뒀기 때문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4일 모델3의 첫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미국에서 생산된 기존 모델3와 달리 신형 모델3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판매가격은 RWD 모델이 5199만 원, 사륜구동(AWD) 모델이 5990만 원이다. RWD 모델은 보조금 적용 전 기준으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시작 가격보다 41만 원 싸다. 고객 인도는 올 2분기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BMW에 8년 만에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내 준 메르세데스-벤츠는 E클래스 물류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독일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생산한 E클래스 외의 다른 모델들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물량을 확보하려 한다"며 "물류 지연을 고려해 물량을 앞당겨 생산해 미리 선적하는 등 홍해 사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벤츠의 판매 부진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단기간에 극적 반전을 이루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테슬라는 중국산 신형 모델3까지 판매에 가세하면서 수입차 선두권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