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덤핑'으로 태양광 패널 가격 최저치, 유럽 미국 제조사에 부담 커져

▲ 지난달 촬영된 중국 인촨시 시내 전경. 집마다 지붕에 검은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과잉 공급으로 태양광 패널 가격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미국과 유럽에 위치한 기업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발 공급 물량 확대로 글로벌 태양광 패널 가격이 폭락해 업계 전반이 큰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제니퍼 체이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태양광 패널이 저렴해지면서 이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며 “설치에 필요한 인건비 등 비용을 포함해도 매우 싸다”고 말했다.

BNEF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 패널은 3월 말 기준 1장당 11센트에 거래됐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낮아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태양광 패널 사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저 판매가격은 15센트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공급 업체들이 사실상 적자를 내며 팔고 있는 셈이다.

중국 최대 태양광업체 룽기친환경에너지기술은 최근 수천 명이 넘는 생산 인력을 해고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지나친 가격 인하 경쟁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처럼 값싼 인력에 의존하기 어려운 다수의 유럽 제조사들은 도산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EDF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EDF 산하에 두고 있는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 포토와트가 경영 안정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노르웨이 REC그룹도 태양광 패널 필수소재인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을 갑작스레 중단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태양광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유럽집행위원회는 태양광 업계 부양을 위해 필요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따른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세부 계획은 15일 열리는 회원국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논의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지원을 받는 미국 태양광 업체들마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후원을 받은 큐빅PV는 8기가와트(GW) 규모 태양광 웨이퍼 공장 건설 계획을 2월 들어 취소했다. 큐빅PV는 한국의 OCI홀딩스와 맺은 1조3천억 원 규모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도 해지했다.

다니엘 메르펠드 한화큐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업계 전반에 암울함이 깔려 있다”며 “특히 성장 초기 단계에 있어 취약한 신규 업체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