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볼보·르노 올해부터 3만 달러 저가 전기차 낸다, 전기차 대중화 물꼬 트나

▲ 볼보의 소형 전기 SUV EX30. <볼보자동차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저가 전기차를 앞다퉈 내놓으며 전기차 대중화 시대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표가 붙은 다양한 전기차 모델의 등장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산업 수요 감소)'에 빠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최근 3년 동안의 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통계를 종합해보면,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독일 자동차경영센터(CAM)와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전기차는 약 900만 대가 판매돼 전년보다 29% 증가하는데 그쳤다. 

2021년과 2022년 전년 대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각각 115.2%, 67.9%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를 놓고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세계 전기차 시장 모멘텀이 정체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 과잉"이라고 짚었다.

자동차 업계에선 세계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원인으로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격이 높은 점, 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대의 저가 전기차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작년 6월 판매가격이 3만8500달러(약5200만 원)부터 시작하는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EV30'을 첫 공개한 뒤, 올해 초부터 유럽과 일본, 브라질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브랜드 첫 3만 달러대 전기차 출시에 힘입어 볼보는 올해 2월 모두 1만1천 대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를 판매하며 역대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들어 두 달 동안 'EX30' 판매량만 5863대로, 브랜드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 상반기 한국에서도 EX30 판매를 시작한다. 한국 판매 시작 가격은 4945만 원으로 기아 니로 전기차 상위 트림(4850만 원)과 거의 비슷하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EX30 공개 행사에서 "EX30을 앞세워 한국 판매량을 올해 1만7천대에서 이른 시일 내 3만 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더 낮은 가격 대의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올해 전기차 볼륨 모델인 'EV3'를 출시해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기아는 지난 2월 기아 광명 2공장에서 소형 전기 SUV 'EV3'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교체를 마치고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국내 출시 시점은 6월 쯤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EV3 판매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출시 가격은 니로 EV보다도 1만 달러 가량 낮은 3만 달러(약 4천만 원)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지난 1월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EV3 출시 뒤 글로벌 판매를 시작하면 올해 기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50%정도 증가할 것"이라며 "EV3와 EV4는 모두 20만 대 안팎으로 판매될 볼륨 모델"이라고 말했다. 

작년 기아의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18만2천 대였다. 

기아는 도 내년 상반기 준중형 전기 세단 'EV4'를 국내 출시하고, 그해 하반기엔 중국에서 선보였던 준중형 SUV 전기차 'EV5'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EV5는 중국에서 시작 가격 14만9800위안(약 2700만 원)에 출시됐다. 국내 생산 EV5는 중국보단 비싼 가격표가 붙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올 9월 고객 인도를 예고한 소형 전기 해치백 '르노5 E-테크'는 유럽 사전예약자만 5만 명 가까이 달했다.

개성있는 디자인의 르노5 E-테크 시작가격은 2만5천 유로(약 3600만 원)이다. 유럽(WLTP)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0km에 달한다.
 
기아·볼보·르노 올해부터 3만 달러 저가 전기차 낸다, 전기차 대중화 물꼬 트나

▲ 르노의 소형 전기 SUV '5 E-테크'. <르노그룹>

글로벌 전기차 선도업체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도 이르면 내년 출시될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콘퍼런스콜에서 "차세대 전기차 생산을 내년 하반기에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2로 불리는 테슬라의 저가 전기차 모델은 2만5천 달러(약 3400만 원) 이하의 가격표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카는 모델2가 유럽 시장을 겨냥해 내년 독일 공장에서 먼저 생산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독일 폭스바겐 역시 작년 3월 소형 저가 전기 SUV 'ID.2올(ALL)'을 최초 공개하며, 2025년 2만5천 유로(약 3640만 원) 이하 가격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스텔란티스도 올 상반기 유럽에서 저가 소형 전기 해치백 'e-C3'를 출시한다. 

e-C3는 1회 충전으로 320km를 갈 수 있는 '유' 모델과 200km를 갈 수 있는 '맥스' 모델로 출시된다. 시작가격은 각각 2만3300유로(약 3400만 원), 1만9990유로(약 2900만 원)다. 맥스 모델은 내년에 출시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