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전기차 초반 '돌풍' 심상치 않다, 레이쥔 과감한 선택에 리더십 재조명

▲ 레이쥔 샤오미 설립자 겸 회장이 3월28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에트롱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U7 출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이 출시되자마자 기존 자동차 업계를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판매량을 늘리며 초반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레이쥔 샤오미그룹 창업자 겸 회장이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넘어 자동차 시장에 도전하는 과감한 선택에 역량을 적극 집중한 전략이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로이터에 따르면 샤오미 SU7은 3월28일 출시 뒤 4월1일까지 12만 대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 이는 올해 예정된 생산 능력을 모두 할당해야 하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기차 신생기업 가운데 샤오미가 현재까지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샤오미보다 앞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화웨이의 자동차 브랜드 아이토는 2월 한 달 동안 2만여 대의 차량을 출하했다. 샤오미는 3일 만에 이를 훨씬 웃도는 주문량을 기록했다.

이는 테슬라의 판매 성적과 비교해도 매우 우수하다. 중국승용차협회 집계 결과에 따르면 테슬라는 2월에 중국에서 3만141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샤오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도전했는데 이제는 테슬라에도 경쟁 상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바라봤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전자제품을 주력으로 하던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해 초반 ‘돌풍’을 일으킨 배경으로는 저렴한 가격과 자체 운영체제 경쟁력, 자사 스마트폰과 연계성 등이 꼽힌다.

레이쥔이 샤오미의 자동차 사업 진출을 확정하기 전부터 과감히 시설 투자에 나서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한 점도 초반부터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자동차 전문매체 카뉴스차이나에 따르면 샤오미는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허가를 취득하기 전인 2022년 4월부터 베이징에 제1공장을 신설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자동차 제조사업 진출을 위한 라이선스를 모두 취득하기도 전에 공장 건설부터 준비했던 셈이다.

샤오미는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뒤 중국 국영 자동차기업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협업해 연간 20만 대 규모의 차량 제조설비를 갖추고 생산에 들어갔다. 현재 제2공장도 건설되고 있다.

초반 성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도 레이쥔이 샤오미 전기차의 성공에 강력한 확신을 두고 있었다는 의미다.

레이쥔은 지난해 말 SU7 출시 행사에서 “앞으로 15~20년에 걸친 꾸준한 노력으로 세계 상위 5대 자동차기업에 들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초반 성과로만 놓고 보면 이는 불가능한 포부가 아니다.
 
샤오미 전기차 초반 '돌풍' 심상치 않다, 레이쥔 과감한 선택에 리더십 재조명

▲ 3월26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샤오미 판매점에 소비자들이 몰려와 선공개된 SU7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레이쥔은 현재 샤오미 지분 약 27%를 보유하며 경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만큼 전기차 사업 진출과 생산 투자 등에 과감한 결정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그가 중국 및 글로벌 상위권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스마트폰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하는 판단을 내린 점도 샤오미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전문지 GSM아레나에 따르면 레이쥔 회장은 2022년 이커머스 플랫폼인 샤오미유핀 이사직 및 금융 계열 자회사인 샤오미 전자소프트웨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GSM아레나는 “레이쥔 회장이 모바일 기술에서 전기차로 관심을 옮기는 와중에 인사이동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레이쥔은 2021년 자동차 사업 진출 계획을 처음 발표하며 “내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마지막 영역으로 삼고 샤오미 전기차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2010년 창업 이후 단기간에 중국 내 스마트폰 상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틈새 수요를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후 샤오미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와 중동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세계 시장에서도 꾸준히 점유율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역시 샤오미가 처음 스마트폰에 도전할 때처럼 성장 초기 단계인데다 신흥국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전망이 밝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샤오미가 전기차를 출시한 뒤 며칠 동안 거뒀던 성과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자동차 시장 특성상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 제조사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고 아직 SU7에 대한 실제 소비자 평가도 나오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다른 전기차 신생기업과 같이 안정적인 생산체계 구축 및 품질 개선, 공급망 관리 등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샤오미 전기차에 호기심을 느낀 소비자들이 허위로 차량 구매를 계약한 사례가 많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샤오미는 SU7 예약을 받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주문을 자체적으로 파악해 걸러냈다고 전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조엘 잉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샤오미가 실제로 5만 대 수준의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했다면 이는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