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본은행이 홀로 고수했던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마치면서 엔화 값 상승에 투자하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역사적 저점에서 움직이는 엔화 가치가 통화정책 전환으로 점차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다만 엔화가 2분기까지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나오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일본 17년 만에 제로금리 마침표, '엔테크'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 엔화가 17년 만에 금리인상을 결정하면서 엔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20일 오후 3시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화 환율은 24시간 전보다 7.04원 내린 884.15원을 기록했다.

엔화는 전날 일본 중앙은행(BOJ)의 금리인상 결정에도 오히려 약세를 이어갔다.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선반영된 데다 추가 금리인상 신호가 없었단 점이 부각되면서 약세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엔화가 900원 아래에서 움직이면서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엔화가 역사적 저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 전환 이후 엔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는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도 일본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나홀로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해 6월 엔화가 8년 만에 900원 밑으로 하락하는 등 환율이 많이 내리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엔테크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환전이 엔테크의 대표적 방법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엔화예금은 98억6천 만 달러(한화 13조2075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전체 외화예금 잔액은 줄어들면서 엔화가 외화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10%를 넘겼다. 

2월 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 예금 합산 잔액도 1조2130억 엔(한화 10조8165억 원)에 이르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엔화예금 상품은 대체로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만큼 환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환차익을 노리는 수요와 일본여행 인기에 따라 늘어난 환전수요가 겹치면서 엔화예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일본 17년 만에 제로금리 마침표, '엔테크'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연합뉴스>


엔화를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엔화 반등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의 순자산총액은 최근 1년 동안 690% 늘었다. TIGER 일본엔선물은 직접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상장지수펀드(ETF)다.

자산운용사들도 엔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원/엔 환율변동에 노출된 관련 상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용하는 환 노출’ ETF에 투자하면 엔화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도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27일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을 출시했다. 미국 국채에 엔화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3달 만에 순자산 1500억 원을 넘겼다.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다. 3월12일 출시된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은 5일 만에 순자산총액은 100억 원을 넘겼다. 

이외에도 일본증시에 투자하는 ETF, 주식 등도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꼽힌다.

최근 일본증시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환차익에 더불어 투자수익도 함께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엔화가 상반기까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테크에 나선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을 올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엔화 금리인상이 소폭에 그쳤고 이후 추가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일본중앙은행이 정상화 이후에도 완화적 금융시장을 유지할 것으로 발표한 만큼 연속적 금리인상 가능성은 제한될 것이다”며 “2분기까지 엔화 약세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와 함께 점진적 강세 전환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봤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엔화 가치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가 중요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정책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엔화 강세 전환 시점은 미국과 일본의 정책 간극 축소가 본격화하는 2분기 말에서 3분기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