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러시아에서 철수한 현대차그룹이 인도에서 올해 10종이 넘는 신차를 계획을 갖고 있어 현지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초 인도에 출시한 현대차 크레타 페이스리프트(오른쪽)와 연내 인도 출시가 예상되는 기아 5세대 카니발(왼쪽).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 현지 증설 투자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올해 10종이 넘는 신차를 현지에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인도에서 역대 최다 판매실적을 경신했는데 올해 다량의 신차 투입을 통해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오토카인디아 등 인도 현지 자동차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현대차 인도법인(HMI)은 올해 안에 인도에서 알카자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투싼 페이스리프트, 크레타 EV, 스타게이저, 2세대 코나 일렉트릭 등 최대 6종의 신차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앞서 11일 크레타 N라인을, 지난 1월엔 크레타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했다. 6종의 신차가 모두 연내 출시되면 현대차는 올해만 8종의 신차를 인도에 내놓게 된다.
기아 인도법인(KIN) 역시 올해 1월 출시한 쏘넷 페이스리프트를 포함한 3종의 신차를 연내 출시하겠다는 공격적 현지 신차 전략을 세워뒀다.
기아는 올 상반기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을, 하반기엔 5세대 카니발을 인도에 출시할 예정이다. 회사는 앞서 작년 1월 인도 델리에서 열린 '오토 엑스포 2023'에서 EV9과 신형 카니발을 선보였다.
특히 EV9과 카니발은 현재 인도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는 차종으로 기아는 올해 현지 판매 라인업을 기존 쏘넷, 셀토스, 카렌스, EV6 등 4종에서 6종으로 크게 늘리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공장을 잇달아 매각하며 현지 사업을 축소하고, 러시아에서 사업장을 철수하면서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 현지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탈레가온 공장을 내년부터 가동하고 인도 첸나이 공장 생산능력을 75만 대에서 85만 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GM 탈레가온 공장은 재정비를 거치면 생산능력이 기존 13만 대에서 최대 30만 대 이상으로 늘게 된다.
기아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30만 대 생산을 돌파한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 생산능력을 40만 대로 늘리고 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인도 현지 자동차 생산능력은 현재 약 110만 대에서 2~3년 뒤에 155만 대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앞서 인도에서 공격적 신차 전략을 펼치며 현지 판매량의 획기적 확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 자동차전문매체 팀-BHP(Team-BHP)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인도에서 합산 85만7111대(현대차 60만2111대, 기아 25만5천 대)를 판매해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역대 현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곧 실현될 현지 150만 대 생산능력에는 아직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개별 회사 기준으로도 지난해 현지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지만 현대차는 전년 대비 판매량을 9% 늘린 반면 기아는 0.2% 증가에 그치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기아의 판매 정체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작년 인도 판매실적은 연간 판매 목표에 1만5천 대 미달했다.
작년 기아의 판매 부진에는 역설적이게도 셀토스와 쏘넷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인도는 세계 어느곳보다 신차에 관한 기대가 큰 국가로 신차 출시가 예고됐을 때 대기수요 또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자동차 시장이다. 기아는 쏘넷과 셀토스, 카렌스 등 3개 차종을 인도에서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그중 셀토스는 작년 하반기, 쏘넷은 올 1월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가 예정되면서 신차 구매를 위해 구매 시점을 미루는 대기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놓고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작년 인도 소비자들의 신차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국가보다 높다는 점을 간과해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최근 쏘넷 신차가 나온 만큼 작년에 악영향을 준 것은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차 인도법인(HMI)이 11일 인도에 출시한 크레타 N라인. <현대차 인도 홈페이지> |
다만 작년 9월부터 꾸준히 1만 대 수준을 보였던 셀토스 인도 판매량은 올해 1월과 2월엔 갓 출시된 현대차 크레타 페이스리프트의 판매간섭으로 인해 6천 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쏘넷은 작년 말 6천 대 수준이던 판매량을 신차 출시 뒤인 1월부터 1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기아는 인도가 신차에 큰 반응을 보이는 시장인 만큼 올해 계획된 신차의 차질없는 출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신형 셀토스의 판매량 회복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올해 초 멕시코 법인장을 맡고 있던 이광구 전무를 새 인도법인장에 앉히고 판매실장, 구매실장 등을 모두 교체하며 인도 사업의 새판을 짰다.
이 법인장은 "기아 인디아는 불과 4년 만에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가 됐다"며 "새 셀토스와 쏘넷, 그리고 혁신적 신차 출시를 통해 기아는 지속가능한 사업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2017년 인도법인을 세우고 2019년 7월 셀토스를 생산하며 인도 아난타푸르에 위치한 현지 공장을 처음 가동했다.
기아의 인도 판매량은 2020년 14만505대에서 2022년 25만4556대로 2년 새 81.1% 급증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HMI)을 설립하고 1998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 제1공장, 2008년엔 제2공장을 건설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50만 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려왔고 지난해 60만 대 판매 벽을 처음 돌파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작년 인도에서 합산 20.9% 점유율로 3위 타타자동차(13.4%)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작년 인도 판매량 1위는 40%대 점유율로 인도 자동차 시장을 꽉잡고 있는 마루티스즈키(41.6%)가 차지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