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선 강북을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결정된 정봉주 전 의원이 과거 제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제기하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수감되면서 한 말이다.
▲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강북을에서 재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정 전 의원이 강북을에서 22대 국회에 진출해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정권 저격수’의 면모를 이어갈지를 놓고 관심이 모인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북을 지역구는 1996년 15대 총선부터 민주당 계열 정당이 승리를 빼앗긴 적이 없는 무패행진의 텃밭으로 정 전 의원이 생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 전 의원으로서는 공천과정에서 빚어진 이른바 ‘비명횡사(비 이재명계가 공천받지 못함)’ 논란을 봉합해야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4·10 공천과정에서 현역 의원인 박용진 의원이 의정활동 하위 10%에 분류되면서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 사이의 갈등이 부각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20대와 21대 총선 강북을에서 거듭 당선된 박 의원과 경선에서 승리해 후보로 나서는 만큼 내부 통합에 방점을 두면서 집권여당 심판론에 불을 지피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의원은 1960년 7월2일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나 경희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에 입학해 학원민주화추진위원회장(총학생회장)을 맡으며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1982년 학군단(ROTC) 22기에 입교해 후보생 생활을 하던 중 1983년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옥살이를 해 제명됐다.
정 전 의원은 1991년 지방선거에서 신민주연합당(민주당 전신) 후보로 서울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 선거에서 낙선한 뒤 2004년 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후보로 노원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한다.
특히 정 전 의원은 제17대 대통령선거 당시 연쇄 금융사기와 관련된 투자자문회사 BBK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연루돼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이른바 'MB 저격수'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특히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를 통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뒤 선거법 위반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돼 2011년 징역 1년 및 피선거권 박탈 10년을 대법원에서 확정적으로 받으며 파란만장한 야인생활을 하게 된다.
정 전 의원은 2012년 12월 만기 출소하면서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 TBS 시사프로그램 '정부주의 품격시대'를 진행하면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일을 지속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월3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연수원 발대식에서 정봉주 교육연수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017년 12월 특별 사면 복권을 받게 되면서 정치인생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2018년 3월 성추행 의혹으로 잠정적으로 정계를 은퇴하게 된다.
정 의원은 성추행 의혹이 무죄를 받으면서 혐의를 벗었지만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탈당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4·10 총선관련 민주당 경선과정에서도 박용진 의원과 성추행 의혹 관련해 설전을 주고 받아 선거 과정에서 공격을 받을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전 의원은 올해 1월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다시 제기하면서 저격한 것에 법적 대응을 할 것이다"며 "상대후보의 낙선목적의 허위사실 공표는 형벌이 세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8년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민주당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을 만들어 21대 총선에 나섰지만 3석을 얻는데 머물렀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정 전 의원에 대한 호불호가 갈려 우여곡절을 겪는 정치인생이 펼쳐졌다는 시각이 있다.
정 전 의원은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열린민주당이 더불어민주당에 흡수합당되면서 2년만에 복당한다. 민주당 복당 뒤 공중파 방송과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민주당 측 패널로 출연해 정권 저격수로 다시금 활약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정 전 의원에 맞서 박진웅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강북을에 출마한다. 박 전 행정관과 정 전 의원은 각각 '정권 지원'과 '정권 심판'이라는 대립되는 구호를 바탕으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행정관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정부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했다.
박 전 행정관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는 이번 총선에서 비로소 완결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긴밀한 3인4각으로 경제·일자리, 주거·주택, 보건·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강북을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