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 배터리 가격 인하 '10% 룰' 내세워, 전기차 저가 공세 강도 높인다

▲ 26일 자체 차량 운송용 선박인 익스플로러 1호를 통해 수출된 BYD 전기차가 독일 브레머하펜 항구 하역장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가 올해 저가 차량을 중심으로 생산을 늘려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BYD는 올해 배터리 가격을 10%씩 2차례 낮추는 등 공격적인 원가 절감 방안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전기차 대중화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6일(현지시각) 전기차 전문매체 CNEV포스트에 따르면 BYD는 2024년 친환경차 출하량 목표를 전년보다 40% 많은 420만 대로 설정해 부품사들에게 통보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한 순수전기차(BEV) 출하량 목표는 200만 대에 이른다. 미국 테슬라의 2023년 판매량인 180만8652대를 상회하는 목표다. 

CNEV포스트는 “BYD가 2024년 순수전기차 판매 '왕좌'를 놓고 테슬라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BYD가 올해 글로벌 전기차시장 성장 둔화에도 공격적인 목표를 수립한 배경에는 저가 전기차 신모델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BYD는 최근 1만3900달러(약 1850만 원) 가격대의 소형 해치백(뒷좌석과 적재 공간이 합쳐진 형태) 전기차 '돌핀 아너 에디션'을 출시했다. 

테슬라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3는 1월 기준 중국에서 3만4160달러(약 4546만 원)부터 판매되는데 절반보다 낮은 가격인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BYD는 영국에서 기존에 출시된 돌핀 전기차를 3만2300달러(약 4300만 원)에 판매한다. 이는 폴크스바겐의 해치백 전기차와 비교해 약 27% 저렴한 가격이다. 

닛케이아시아 또한 돌핀 전기차가 2023년 9월 일본에서 360만 엔(약 3183만 원)으로 출시돼 닛산의 보급현 전기차 '리프'보다 40만 엔(약 354만 원) 저렴하다고 짚었다. 

돌핀 아너와 같은 보급형 신모델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다면 BYD의 전기차 대중화 목표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CNEV포스트는 BYD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BYD는 올해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나갈 계획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BYD가 올해 공격적인 전기차 판매 확대 목표를 제시한 배경에는 결국 저가 전기차 라인업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셈이다. 
중국 BYD 배터리 가격 인하 '10% 룰' 내세워, 전기차 저가 공세 강도 높인다

▲ 2023년 2월4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테슬라 판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모델3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BYD는 전기차 저가 공세를 지속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해 꾸준한 생산 투자 및 신모델 개발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터리 광물 채굴부터 전기차 부품 제조까지 직접 맡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통해 BYD가 생산단가를 크게 절감한 결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약 75%를 직접 생산한다. 수직계열화 구조를 성공적으로 갖췄다고 평가받는 테슬라(68%)보다 높다.

BYD는 자사 전기차를 운송하는 대형 선박까지 직접 확보하는 등 물류 분야까지 진출하며 용선료를 절감하고 있다.

CNEV포스트에 따르면 BYD는 올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가격에 대해 ‘10% 룰’까지 설정하며 원가 절감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2024년 상반기에 배터리 원가를 지난해보다 10% 낮추고 하반기에는 여기에서 다시금 10% 내린다는 목표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제조 비용 가운데 40% 정도를 배터리가 차지하다 보니 이는 차량 원가 절감에 큰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BYD가 2위 업체와 큰 격차를 보이며 중국 전기차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는 점도 유리한 요소다. 자국 내 공급사들에 강력한 협상력을 내세워 부품 및 소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CNEV포스트에 따르면 BYD는 2023년 순수전기차를 포함한 중국 친환경차(NEV) 시장에서 35%의 점유율로 2위 업체와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사업 구조를 갖춰내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BYD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CNEV포스트는 “BYD는 최근 차량용 소프트웨어에도 투자를 늘리면서 이를 내재화하려 하고 있다”며 추가로 생산 원가를 낮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여러 국가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무역장벽을 높이는 규제 등 법안이 논의되고 있어 BYD의 전기차 수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