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뒤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르면서 증권가의 지수 전망치도 2700선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다만 앞서 비슷한 정책을 시행해 더 큰 효과를 거둔 일본증시를 따라가기 위해선 밸류업 프로그램 외에도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증권가에선 입모으고 있다.
 
코스피 ‘기업 밸류업' 기대감에 2700선 장밋빛, ‘버블 돌파’ 일본 수준은 글쎄

▲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방침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을 오는 26일 발표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들에 PBR 개선을 요구함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밸류업 프로그램을 향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 지수가 총 8% 상승했음을 볼 때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방침은 일단은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밸류업 프로그램 예고 이후 증시가 상승하자 증권가에서도 코스피 상단범위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 17일 예측한 이번주 코스피 예상 상단은 2660이었으나 이날 예측한 다음주 코스피 예상 상단은 2720으로 2700선을 넘어섰다.

대신증권도 코스피 예상 상단을 2750으로 높였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상화 목표치로 상정한 코스피 PBR 1배에 해당하는 지수 수준이란 것이다.

한화투자증권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충분하고 실재적일 것”이라며 코스피 상단을 2800으로 제시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모델로 삼은 일본 증시 부양책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4월부터 상장사들에 PBR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후 닛케이 지수는 강세를 거듭하며 전날엔 버블 시기에 기록한 역대 최고기록을 34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도 닛케이는 재차 2.19% 상승마감하며 올해 들어 총 17% 올랐다. 코스피 지수와의 상승률 대비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저 PBR 개선책 외에도 AI용 반도체 열기로부터의 수혜, 개인투자자 과세 완화 등 증시에 우호적인 요인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저 PBR 개선책의 ‘약효’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이유는 더 구조적인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경우 초완화 금리정책,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부터 더욱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등 한국과는 차이점이 있다.

특히 PBR 제고를 위해 필수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을 위한 현금성 여력에서 일본 기업들이 더 탄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ROE를 높이기 위해선 현금을 활용해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확대 등을 주주환원을 시행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은 오랜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현금성 자산들을 축적해 놓아 정부의 PBR 제고 요구에 화답할 수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의 경우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해 온 결과 현금 여력이 비교적 충분치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경우 일본만큼 PBR 개선 정책이 효과를 보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오는 28~29일 일부 저 PBR 종목들의 배당락일이 다가오면 저 PBR 테마도 결국 차익실현 조정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 이외에도 정부의 추가적인 증시 부양 조치가 필요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과열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4월 총선 전까지 정부의 추가적 정책 드라이브가 있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다만 추가 정책의 측면에서 한국의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미국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일본처럼 독자적인 완화 정책을 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날에도 한국은행은 지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코스피 ‘기업 밸류업' 기대감에 2700선 장밋빛, ‘버블 돌파’ 일본 수준은 글쎄

▲ 미래에셋증권은 22일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들의 수익성을 개선해 ROE를 끌어올리는 방안 또는 주주환원 강화를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는 방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침 한국의 2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크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20일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9.9%를 기록했다. 

따라서 정부는 AI용 반도체 산업에 추가적인 지원을 단행함으로써 기업들의 수익성을 개선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이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전날 내놓았다. 특히 업계 최초로 자사주 소각 계획까지 명시했는데 정부는 이를 선례로 삼아 기업들에 자사주 소각 계획 명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