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의 하드웨어 변화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스마트폰업체들이 제품 성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대응해 아이폰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전작과 큰 변화가 없는 아이폰7이 초반부터 흥행하며 독자적 경쟁력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자 직접적인 하드웨어 경쟁이 불필요하다는 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 아이폰7 초반 흥행의 의미는
25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 아이폰7이 증권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반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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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 |
블룸버그는 “미국 대형 통신사들이 일제히 아이폰7의 예약판매 물량이 이전작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며 “일부 통신사의 판매량은 이전작의 4배에 이를 정도”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과 TSMC 등 주요 부품업체들에 아이폰 생산량을 크게 늘릴 것을 주문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대만 증시는 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대만 증권사 비욘드에셋은 “애플의 성장신화가 다시 쓰여지고 있다”며 “아이폰7이 초반부터 높은 흥행을 기록하며 아이폰 판매량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올해 연말까지 아이폰7 부품주문량은 1억 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증권사들이 내놓았던 예상치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아이폰7은 이전작과 디자인 변화가 거의 없고 새롭게 추가된 기능도 아이폰7플러스에 적용된 듀얼카메라 정도에 그쳐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이전보다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7에서 그래픽성능을 끌어올리고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등 체감성능 개선에 주력한 전략이 소비자의 수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CNBC는 “아이폰7의 판매량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증권사들은 소비자의 실제 수요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젊은 소비자들은 배터리와 그래픽 개선 등 아이폰7의 변화를 크게 반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7의 흥행은 애플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사와 같이 대규모 하드웨어 변화를 추진하지 않아도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에 곡면화면과 무선충전,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하고 LG전자는 V20에 고품질 음향기능을 적용하는 등 하드웨어에서 애플보다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에 대규모 변화를 주기보다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체감성능 개선에 주력하며 경쟁사를 의식하기보다 애플 자신과 싸움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 장기적 경쟁력에 의문 지속
아이폰7의 초반 흥행이 갤럭시노트7의 리콜에 따른 일시적인 반사이익이라는 시각도 우세해 애플이 지속적으로 하드웨어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잇따라 발생한 갤럭시노트7의 폭발사고에 대응해 판매를 중단하고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글로벌시장에서 판매재개는 10월부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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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아이폰7보다 앞서 갤럭시노트7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려던 삼성전자의 전략이 차질을 빚으며 애플이 수혜를 입게 됐다.
미국 이통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집중했던 마케팅 경쟁을 아이폰7로 선회하며 기존 아이폰 사용자에 신제품 무상교체와 보상판매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판매를 재개하면 아이폰7에 집중됐던 이런 혜택이 분산돼 본격적으로 애플이 맞경쟁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 아이폰7은 기존 성공전략을 재현한 만큼 안정적 판매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면서도 “갤럭시노트7의 곡면화면과 홍채인식 등 새 기능에 맞서려면 부족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내년 출시하는 아이폰에 올레드패널을 적용한 곡면화면을 탑재하고 디자인을 대폭 개선하는 등 대규모 변화를 주기 위해 아이폰7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내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곡면화면에 이어 접는 스마트폰 출시를 검토할 정도로 하드웨어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애플도 이런 변화로 강력한 승부수를 띄워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브스는 애플이 고정사용자층을 기반으로 콘텐츠 판매수익을 올리고 고가모델로 수요를 유도하는 등 판매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어 시장의 기대만큼 하드웨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애플은 세계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꾸준히 둔화하는 데다 중국업체들이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신규수요를 대거 확보하고 있어 시장확대에 한계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해 소프트웨어에서 차별화하기 어려운 다른 스마트폰업체와 같이 하드웨어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콘텐츠 등으로 매출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고의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성장성을 평가하려면 판매량보다 사업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콘텐츠 매출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며 지속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