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부동산 경기 침체 속 건설업계에 활로를 뚫기 위한 공공공사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해 11조 원에 이르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발주에 속도를 낸다. 연내 사업자 선정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건설업계 기댈 곳은 공공공사, 11조 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에 시선 집중

▲ 정부가 올해 6월 11조 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발주를 예고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14일 건설업계 안팎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공공공사 발주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8일 펴낸 ‘월간 건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건설수주는 35조1천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0% 증가했다. 이는 공공수주가 대폭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공공수주는 21조3천억 원으로 2022년 12월보다 98.9% 증가했다. 월간 수주 실적이 집계된 1994년 이래 가장 큰 수주실적이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공공수주는 지난해 64조3천억 원으로 2022년보다 13.0% 늘었다.

조달청에 따르면 올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공공공사 발주계획은 모두 55조5035억 원이다. 지난해 38조1147억 원보다 45.6%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얼어붙은 민간공사 부문 침체 속에서 공공공사 발주 확대는 건설업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민간수주는 12조5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7.4% 감소했다. 여기에는 민간 주택부문 수주 규모가 32.7%나 줄어든 영향이 크다.

지금처럼 민간 주택시장이 침해있고 원가율도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는 민간공사보다 기본적으로 수익성은 낮지만 안정성이 높은 공공공사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올해 계획된 공공공사 가운데 최대 관심사는 발주 예정금액이 11조 원으로 가장 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다.

가덕도신공항은 3500m 길이의 활주로, 항공기 74대 규모의 계류장, 20만㎡ 규모의 여객터미널, 접근도로 및 철도 등을 갖춘 남부권 허브공항으로 구축된다.

그간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추진에 의지를 보여온 정부는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구체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 현재 토지보상, 건축시설물 설계, 부지조성 공사 발주 등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월부터 보상을 위한 토지 및 물건조사에 착수했으며 3~6월에는 여객터미널들의 건축시설물 공사에 앞선 설계공모에 나선다. 각 6천억 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접근도로 건설공사와 접근철도 건설공사 1공구 및 2공구도 11월에 발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규모가 가장 큰 부지조성 공사는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진행되며 6월 발주를 거쳐 올해 말에는 실시설계 적격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턴키는 건설업체가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마친 뒤 발주자에게 열쇠를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활주로, 항공등화시설, 항행안전시설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토목, 전기, 통신 등 여러 공종이 포함된 복합공사 성격을 띤다. 1월31일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발주계획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1975년 턴키 방식이 도입된 뒤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특히 대형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공공공사가 공구를 나눠 발주되는 것과 다르게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하나의 사업으로 발주되는 데다 대형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토석채취, 연약지반 처리, 방파설치, 해상매립, 육상매립, 활주로 설치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를 단일공구로 추진한다.

또 규모를 고려해 대형 건설사가 함께 입찰에 참여하는 공동도급을 허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조달청은 앞서 지난해 4월 10대 건설사가 기술형입찰에 함께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동도급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대형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입찰 참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월 해양공학 석학인 가와사기 마사기 오사카대학교 교수를 영입해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연관된 해양 신공간 건설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가덕도신공항 관련 수주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와 공종이 유사한 울릉도 공항건설 공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포스코이앤씨는 2022년 8월부터 1년여 동안 유신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참여했다.

실적 측면에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대형 건설사들이 놓치기 싫은 사업으로 꼽힌다.
 
건설업계 기댈 곳은 공공공사, 11조 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에 시선 집중

▲ 가덕도신공항 시설 배치도. <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가 개항목표인 2029년까지 4~5년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보면 이 공사를 수주한 컨소시엄은 매년 2조 원이 넘는 토목부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컨소시엄인 점을 감안해도 건설사별로 수천억 원의 매출이 가능한 셈이다.

2022년 기준 토목 공사실적 기성액 1위인 현대건설의 국내 토목부문 매출이 1조1906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단일공사로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또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복합공사 수주 실적을 확보해 추후 대형 사업 수주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주요 건설사들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에 관심을 두고 컨소시엄 구성 논의를 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 공사를 따낸 건설사는 향후 비슷한 공공공사 입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만 공사비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의 원활한 추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술형입찰에서는 발주처가 급증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 지나치게 낮은 공사비를 책정한 탓에 대규모 유찰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기술형입찰의 유찰비중은 60%를 웃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결국 적정공사비가 책정되느냐가 관건”이라며 “다른 기술형입찰에서 나타난 문제처럼 건설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공사비가 책정된다면 수익성이 그리 높지 않은 공공공사 특성을 생각하더라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를 망설일 것이다”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