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오른쪽)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뉴시스> |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근혜 정부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의 교집합으로 지목되면서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안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는데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도 겹치면서 궁색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 안종범, 모든 의혹의 교집합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안종범 수석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으로부터 특별내사를 받은 사실에 대해 “특별감찰은 착수라든가 진행과정을 공개할 수 없어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석수 전 감찰관은 사퇴하기 전인 7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안종범 수석을 내사했다. 안 수석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두 재단의 자금모금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기업들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석수 전 감찰관의 내사 사실이 알려지자 안 수석이 이번 재단 설립의 실무책임자로 부각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안 수석이 전경련과 기업체들에 기금출연 압력을 가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권력을 동원한 강제모금으로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수석이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미끼로 기업들에게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르재단 설립 축하 행사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SK그룹과 롯데그룹 등의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
송 의원은 황교안 총리를 향해 “이들은 2015년 11월 결정되는 면세점 사업 당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던 당사자들”이라며 “이들이 미르재단에 60억 원 가까이 되는 기부금을 낸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송 의원은 “당시 면세점사업 관련 기업의 제보자를 통해 ‘미르재단으로부터 기부금 할당이 떨어져서 안 낼 수가 없었다’고 들었다”며 “의심의 소지가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안 수석은 대우조선해양에 4조2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서별관회의’와 관련해서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안 수석은 당시 경제수석을 맡고 있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안 수석을 책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현 정책조정수석은 조선해운산업이 침몰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리기까지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관여했다"고 비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5월13일 청와대에서 안종범 신임 정책조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 안종범, 대통령의 경제교사
안종범 수석은 경제분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로 꼽힌다.
안 수석은 경제분야와 복지정책 분야에서 인정받은 정책통이다.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할 때 미국 사회복지 정책의 근간인 아동부양가정 보조제도(AFDC)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문을 썼는데 이는 1996년 클린턴 행정부가 AFDC 제도를 폐지하고 한시적 빈곤가정 지원제도(TANF)를 도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안 수석은 한국으로 돌아와 대우경제연구소와 조세연구원, 서울시립대를 거쳐 1998년 성균관대 교수가 됐다.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경으로 알려졌다. 2006년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이사를 지내며 박 대통령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하자 이후 안 수석은 ‘5인 스터디그룹’을 통해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맡았고 박 대통령의 경제분야 대선공약을 만들었다.
현 정권의 경제분야 면면은 대부분 안 수석과 인연이 있는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은 안 수석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강 수석은 위스콘신대 출신으로 안 수석과 대우경제연구소에서도 함께 근무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안 수석과 1996년 조세연구원에서 같이 근무했다. 안 수석과 유 부총리는 ‘건강한 복지를 꿈꾼다’는 책을 함께 출간하며 지속가능한 복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안 수석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유승민 의원 등과도 이른바 ‘위스콘신 라인’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