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칩렛' 기술 확보에 사활, 저사양 반도체 패키지로 묶어 고성능 구현

▲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칩렛 기술을 통해 미국 정부 규제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 대만 TSMC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 참고용 이미지.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조립하는 ‘칩렛(chiplet)’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 규제로 고사양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여러 개의 저사양 반도체를 연결해 비교적 높은 성능을 구현하며 대안을 찾기 위한 목적이다.

7일 MIT테크놀로지리뷰 보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미국 규제를 피해 반도체의 연산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을 찾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수 년에 걸쳐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를 꾸준히 강화하며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 반도체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확보할 수 없도록 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 중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도록 하는 동시에 고성능 군사무기 개발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육성 전략에 힘을 실었지만 단기간에 미국의 제재 영향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 발전을 이뤄내기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칩렛 기술이 이러한 규제를 우회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칩렛은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조립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각각의 반도체가 역할을 나눠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전체적인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기술 역시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TSMC와 인텔, 삼성전자 등 상위 파운드리 업체가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중국 기업들이 이미 전 세계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38%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바라봤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 특성상 자동화가 어려워 다수의 기술 인력이 필요한데 중국이 이러한 측면에서도 다른 국가와 비교해 인건비 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국 패키징 기업을 줌정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대규모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중국 기업들이 칩렛 기술을 통해 고성능 반도체 구현을 추진하더라도 분명한 기술적 제약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개별 반도체 자체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공정기술 발전이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를 논의하며 칩렛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했다는 점도 중국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칩렛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장비도 확보하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정치적 및 현실적 장벽을 고려한다면 중국 반도체기업이 칩렛을 통해 기술 발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미국과 기술 경쟁에서 확실한 해결책으로 앞세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