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게임주 주가가 ‘저 PBR(주가순자산배율)’ 테마 확산에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임주에 대해서는 저 PBR 해소 기대감보다 최근 중국 외자 판호(출판번호) 발급 및 유럽 앱스토어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혜주를 선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주 ‘저PBR’ 테마 편승 한계 있다, 중국 판호와 유럽 수수료 수혜주 주목

▲ 5일 증권가에서는 게임업종에 대해 최근 PBR 테마보다는 중국 외자 판호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외자 판호 발급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신문출판서. <샹예뗸타이>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게임TOP10지수는 금융위원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6%가량 상승했다.

KRX게임TOP10지수는 크래프톤, 넷마블,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넥슨게임즈, NHN, 컴투스, 네오위즈의 국내 10개 대표 게임 종목으로 구성됐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다. 저 PBR 상장사들에 자체적 PBR 개선을 유도해 증시를 끌어올리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PBR을 높이기 위해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확대해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에 PBR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최근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게임업종도 전통적인 저 PBR 업종으로 인식돼 최근 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게임 기업별 PBR을 살펴보면 컴투스(0.46배), 네오위즈홀딩스(0.50배), 위메이드플레이(0.51배), 웹젠(0.77배), 넵튠(0.80배), 컴투스홀딩스(0.82배), 넷마블(0.91배), 더블유게임즈(0.93배) 등 PBR이 ‘1배’를 밑돈다.

여기에 게임사들은 보유 현금이 많으면서도 주주환원도가 낮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주주환원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신작게임에 투자해야 하는 게임산업의 본질적 특성상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 강화를 기대하기엔 다소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게임산업은 신작 흥행 이후 인기가 지속적으로 시들어감에 따라 매출이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차기 흥행 신작을 개발하지 못하면 이익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임업체들의 현금 보유가 많은 것도 이처럼 신작을 계속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다른 업종과 비교해 주주환원에 사용하는 데 부담감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사에 당장 저 PBR을 이유로 주주환원을 요구한다면 적절한 시기에 신작에 투자하지 못해 오히려 주주가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같은 저 PBR식 접근은 단기 테마에 제한해야 하며 오히려 중국 판호 및 유럽 앱스토어 수수료 인하에서 수혜를 보는 종목을 장기적 관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 외자 판호란 중국 정부가 외국산 콘텐츠에 부여하는 일종의 허가증이다. 

지난 1일 중국 정부는 총 32개 외국산 게임에 대해 외자 판호를 새로 발급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해 새 규제를 예고하며 국내외 게임업종 투자심리가 악화했는데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특히 당시 게임업계의 반발이 거셌던 만큼 중국 정부가 업계 달래기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번 외자 판호를 취득한 게임사는 향후 외자 판호 발급에서도 유리한 만큼 주가 측면에서 기대감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12월 게임 규제 초안 발표에 따른 중국 게임주 대폭락 사건 이후 연속해서 중국 당국이 시장 달래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며 “이 정도 추세면 상반기 내 추가 판호 발급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번에 외자 판호를 발급받은 한국 기업은 네오위즈와 넷마블이다. 각각 ‘고양이와스프’, ‘킹오브파이터즈’가 발급을 받는 데 성공했다. 
 
게임주 ‘저PBR’ 테마 편승 한계 있다, 중국 판호와 유럽 수수료 수혜주 주목

▲ 네오위즈의 신작 고양이와스프는 최근 중국 외자 판호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게임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중국 자국산 게임의 경쟁력이 날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승호 연구원은 “최근 판호가 발급된 게임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좋은 국산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과 위메이드의 ‘미르’가 있다”며 “특히 미르의 경우 예전에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인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유럽연합 내 앱스토어 수수료 결제 정책 변화도 게임업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지난 주 유럽연합의 요구를 결국 받아들이며 앱스토어 내 결제 수수료를 최대 20%까지만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게임사들의 수수료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게임주들의 즉각적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컴투스와 넷마블은 유럽 매출 비중이 각각 15%, 12%로 국내 게임 기업들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김하정 연구원은 “이번 애플의 수수료 인하에 따라 컴투스와 넷마블의 올해 기업이익은 각각 41.6%, 40.4% 증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