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2차전지 혹한기 장기화 조짐, 김동명 ‘질적 성장’으로 위기돌파

▲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가운데 김동명 사장의 내실 기반 질적 성장전략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 비스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2차전지 업황 악화에 따라 당분간 부진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2차전지 사업의 질적 성장전략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LG에너지솔루션에 관한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실적설명회를 통해 올해 매출이 한 자릿수 중반대(Mid-single digit) 성장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치를 제시했다. 회사의 매출 성장률은 2021년 1122%, 2022년 43%, 2023년 32% 수준이었다.
 
LG엔솔 2차전지 혹한기 장기화 조짐, 김동명 ‘질적 성장’으로 위기돌파

▲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


원료 금속 가격의 하락에 따른 시차(래깅) 효과와 가동률 하락 등으로 수익성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영업이익 성장세도 꺾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배제하면 영업이익은 역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업황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기존 시장 기대치보다 보수적으로 책정한 회사 측의 실적 전망치를 달성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실적 전망치(가이던스) 달성이 쉽지만은 않다”며 “유럽은 주요국의 보조금 축소로 성장률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테슬라도 2024년 저조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데다 다른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신차 출시도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회사 지휘봉을 잡은 김동명 최고경영자 사장은 어려워진 경영환경을 맞아 공격적 양적 팽창보다는 내실 위주의 경영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최근 언론배포자료를 통해 “올해는 기술리더십 등 근본적 경쟁력 강화, 차별화된 고객가치 실현 등을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2.0 시대’를 시작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질적 몰입을 바탕으로 단단한 사업구조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사장은 임직원 대상 취임사에서도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의 기반을 다진 LG에너지솔루션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 경쟁우위를 확보해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LG에너지솔루션2.0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기술리더십 확립은 김 사장이 질적 성장을 위해 가장 주력하고 있는 과제로 꼽힌다. 

김 사장은 연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재료공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공학도 출신이다. 1998년 LG 배터리 연구센터에 입사해 연구개발(R&D)과 생산업무를 담당했다. 2014년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주력사업인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거치면서도 기술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 사장은 기존 주력제품인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의 양사을 확대하는 한편 미드니켈과 리튬인산철(LFP)배터리 등 저가형 모델로 제품을 다변화해 시장을 넓힐 준비도 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차세대 배터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반고체전지와 리튬황 등의 기술개발을 진행해 2026~2027년 양산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 후보군인 리튬메탈전지 기술개발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리튬메탈전지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를 리튬메탈로 대체하면서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음극재의 무게와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이를 통해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어 대표적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꼽힌다.
 
LG엔솔 2차전지 혹한기 장기화 조짐, 김동명 ‘질적 성장’으로 위기돌파

▲ LG에너지솔루션과 카이스트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리튬메탈전지 기술 관련 인포그래픽. < LG에너지솔루션 >

회사는 카이스트 공동 연구팀과 리튬이온전지의 주행거리를 대폭 늘리고 충방전 효율과 수명을 개선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말 관련 논문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너지(Nature Energy)'에 게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배터리 개발 벤처기업 사이온파워(Sion Power)에 지분 투자를 하고, 리튬메탈전지 관련 기술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이온파워는 1994년에 설립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벤처기업으로 리튬메탈전지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리튬메탈전지의 핵심인 음극 보호층 관련 특허를 비롯해 470여 개의 국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배터리 산업의 차세대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지속적 신기술·신사업 투자로 새로운 가치와 경쟁력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