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지원금은 인텔에 '따놓은 당상', 바이든 재선 선거운동에 활용

▲ 미국 정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앞두고 반도체 보조금 지원 대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설명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대규모 보조금 지급 계획을 추진하는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인텔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시행에 따른 막대한 인센티브를 삼성전자나 TSMC보다 먼저 선점하며 미국기업 중심의 정부 지원 기조를 분명하게 보여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3월 말까지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주요 보조금 지급 대상을 선정하고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3월 초 국정연설을 통해 이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한 뒤 곧바로 실행에 나서는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고 있는 만큼 국정연설에서 발표되는 반도체 지원법 관련 세부사항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미국에 반도체공장 또는 연구개발센터를 신설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투자 유도 방안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더불어 바이든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법안이 통과된 지 1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도 지원 대상을 발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2곳의 군사용 반도체 관련기업을 선정한 것이 전부다.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3월 국정연설을 통해 수조 원대의 인센티브를 받게 될 기업을 발표하며 반도체 지원법의 기대효과를 설득해 여론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군사용 반도체 제조기업 2곳에 지원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의 안보 강화가 해당 법안의 주요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기조 안에서 미국에 대형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 가운데 미국 기업이자 군사용 반도체와 직접 연관된 인텔에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들어 오하이오에 신설하는 반도체공장이 세계 최대 규모에 해당할 것이라며 해당 생산설비의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인텔은 애리조나에 군사용 반도체 생산기지도 별도로 건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총 투자 규모는 최대 40억 달러(약 5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과정에서 인텔이 아닌 삼성전자와 TSMC 등 해외 반도체기업에 대규모 지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면 인텔에 과감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 첨단 군사용 반도체 생산거점 구축의 중요성 등을 강조한다면 이를 계기로 유력한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오하이오에서 매우 적은 표차로 승리했다는 점도 인텔의 오하이오 반도체공장 프로젝트가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 대상을 발표하는 시점도 인텔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주요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진행되는 3월7일보다 앞서 발표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 지원금은 인텔에 '따놓은 당상', 바이든 재선 선거운동에 활용

▲ 인텔의 미국 오하이오주 신규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인텔>

인텔은 2월21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파운드리사업 설명회 ‘IFS 다이렉트커넥트’를 개최한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해 콘퍼런스콜 등 행사에서 대규모 파운드리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선금도 받았다며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객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발표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텔이 2월 열리는 행사에서 그동안 올린 수주 실적과 중장기 미세공정 기술 로드맵,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 현황 등을 한꺼번에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는 인텔이 20A(2나노급) 및 18A(1.8나노급) 공정을 처음 도입하며 본격적으로 고객사 반도체 수주에 나서 삼성전자와 TSMC 등 상위 경쟁사의 기술력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해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인텔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발표도 파운드리사업 설명회와 비슷한 기간에 나오면서 인텔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는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해 온 반도체 지원법과 인텔의 파운드리사업 육성 노력이 모두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윈-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 이외에 삼성전자와 TSMC, 미국 마이크론과 텍사스인스트루먼츠, 글로벌파운드리도 모두 정부에서 대규모 보조금을 받을 유력한 후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텔과 비교하면 다른 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는 일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앞두고 정부에 긍정적인 여론을 구축하는 데 그리 큰 효과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미국 반도체 지원금은 어떠한 프로젝트가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에 가장 기여하는지를 유일한 기준으로 두고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겔싱어 CEO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이 국가 안보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반도체 지원법이 아시아 국가와 격차를 줄이는 데 효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상무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