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2024-01-29 14: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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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두에서 기름을 짜낸 후 남은 대두박(soybean meal). <미국대두협회>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부는 '대두 바이오디젤' 붐에 육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두(soybean)로 바이오연료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 즉 가축 사료가 늘면서 가축 사육 비용을 낮춰줄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바이오연료 생산이 확대되면 육류 가격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바이오연료 원료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대두가 연료를 생산하는 동시에 가축 사료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두유(soy oil) 1톤을 생산하면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대두박(soybean meal) 4톤을 얻을 수 있다.
대두유는 메탄올과 촉매와 혼합해 정제과정을 거쳐 바이오연료가 된다. 미국대두협회 설명에 따르면 대두 1부셸(약 28kg)을 투입하면 바이오연료 1.5갤런(5.7리터) 가량을 얻을 수 있다.
옥수수를 에탄올로 전환해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두의 효율은 낮다. 옥수수 1부셸을 투입하면 바이오연료 2.8갤런(약 11리터)를 얻을 수 있다고 미국 네브라스카 링컨 공과대는 분석한다. 대두보다 바이오연료 생산량이 1.9배 이상 많다.
하지만 대두유를 사용하는 방식은 가축용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부산물을 남긴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옥수수 에탄올은 생산이 늘어날 수록 식량이나 사료로 쓸 수 있는 옥수수가 줄어들어 식량위기를 촉발한다는 우려를 낳는다.
대두유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대두박은 단백질이 풍부한 부산물로 한국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물성 가축 사료다.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대두가 부상하면서 오히려 대두유 가격은 하락했다. 대두유 생산이 증가한 탓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두유 거래 가격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2022년 11월 1파운드당 78.64달러에 선물 거래되던 대두유 가격은 28일(현지시각) 46.93달러로 내려섰다.
▲ 대두유 바이오디젤 정제과정 개념도. <미국대두협회>
세계 4대 곡물기업 '번지(Bunge)'의 글로벌 농업 컨설턴트 고든 대니는 블룸버그를 통해 “대두박 판매 가격은 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점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영향을 받은 모든 종류의 육류 가격은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형태를 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축을 키워 육류를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의 60%는 사료에 들어간다. 사료 가격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최종 제품인 육류 가격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 농업협동조합은행 '코뱅크' 육류 산업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어네스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육류 가격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한 번 낮은 가격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가격 하락세는 금세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식량 업계에서는 주로 대두박을 먹여 키우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육류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소고기도 낮아진 다른 육류와 가격 경쟁을 하게 되면서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바라봤다.
S&P글로벌은 자체 분석을 통해 미국 국내 바이오 디젤 수요가 지난해 27억 배럴에서 2030년 기준 40억 배럴로 성장해 대두박 생산도 크게 늘 것으로 예측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2026년에는 2022년 대비 30% 더 많은 대두박이 생산되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스 카바트 카길 북미 지역 단백질 산업 대표는 블룸버그를 통해 “정제사들이 바이오연료 생산을 늘리는 동안 식량 가격도 그만큼 낮아질 것”이라며 “여기에 육류산업은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차돌된장찌개, 사태 장조림, 불고기 버섯볶음 등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수입 소고기 시장에서 미국산은 지난해 52.6%를 차지했다. <미국육류수출협회>
미국에서 육류 가격이 하락하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육류 가격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육류수출협회 18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 소고기 시장에서 미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2.6%로 약 24만6천 톤이었다. 돼지고기도 16만2천 톤 수입돼 수입 돼지고기 시장에서 31.5%를 기록했다.
미국 농무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1월까지 3년 연속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출 대상 국가 1위였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