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새 대표 조주연 향한 엇갈린 시선, 한국맥도날드 시절 오명 씻을까

▲ 홈플러스가 새 수장으로 발탁한 조주연 대표이사 사장을 향한 시선이 엇갈린다. 28일 대형마트업계에 따르면 2월1일부터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정식 부임하는 조주연 사장을 놓고 기대 반 염려 반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가 새 수장으로 발탁한 조주연 대표이사 사장을 향한 시선이 엇갈린다.

조 사장은 그동안 홈플러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일하면서 회사의 고객 다양화 등에서 긍정적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전 직장인 한국맥도날드에서 대표이사로 일할 때 비교적 박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는 점을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28일 대형마트업계에 따르면 2월1일부터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정식 부임하는 조주연 사장을 놓고 기대 반 염려 반의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최근 인사를 통해 조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발탁하면서 “‘당당치킨’과 ‘물가안정 프로젝트’ 등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홈플러스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견인한 공로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당당치킨은 홈플러스가 2022년 7월 내놓은 자체브랜드(PB) 치킨으로 후라이드 1마리에 699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마트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상품이다.

‘치킨 1마리=2만 원’ 시대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치킨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홈플러스 매장 앞 오픈런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당당치킨의 초저가 전략은 성공적으로 먹혀들어 출시 7개월 동안 누적 판매량 200만 마리를 돌파했다.

당당치킨이 홈플러스의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으면서 당당치킨 관련 종류 수는 한 때 모두 14종(한정 메뉴 포함)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당당치킨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마케팅을 총괄했던 조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홈플러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당치킨은 내부적 성공을 넘어 다른 대형마트들이 델리 코너를 서둘러 강화하기 시작한 역할을 한 제품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물가안정 프로젝트’ 역시 조 사장이 기여해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물가안정 프로젝트는 홈플러스가 2022년 1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로 ’물가안정 365’, ‘인공지능(AI) 최저가격’, ‘최저가 보상제’ 등을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요 생필품을 초저가로 판매한다는 콘셉트로 진행되는 할인 행사다.

2000년대 후반에 했던 행사를 10여년 만에 부활해 다시 선보인 이 프로젝트 역시 다른 대형마트들의 최저가 프로모션 확대로 이어질 정도로 고무적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도 홈플러스가 신선식품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재단장해 선보인 ‘메가푸드마켓’, 홈플러스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브랜드 마케팅 등에서도 조 사장의 공로가 적지 않았다고 홈플러스 관계자는 설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메가푸드마켓 전환 이후 일부 점포는 매출 신장률이 95%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배우 여진구씨와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씨를 모델로 발탁한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50대 주부들이 주로 간다’는 이미지를 ‘젊은 세대도 간다’는 이미지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사장 개인의 역량이 아직 완전히 검증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최고마케팅책임자로서는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고 볼 수 있지만 회사를 총괄하는 대표이사로서 경영 능력에 아직 의구심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가 나오는 이유는 조 사장이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를 역임할 때 한국맥도날드가 침체기를 걸었다는 평가 때문이다.

조 사장은 2011년 한국맥도날드 마케팅 부사장으로 입사한 뒤 2016년 3월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 한국맥도날드 역사상 첫 한국인 대표이자 첫 여성 대표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받았던 인사였다.

하지만 그가 한국맥도날드를 이끈 4년 동안 브랜드 이미지는 갈수록 안 좋아졌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주된 반응이다.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가성비 메뉴를 단종하거나 별다른 공지 없이 주요 메뉴의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경우가 특히 잦았다.

조 사장은 한국맥도날드 수장에 오른 뒤 3년 연속으로 햄버거 가격을 인상했으며 배달 서비스 맥딜리버리의 최소 주문 금액 기준도 계속 높였고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던 ‘햄버거 3종 24시간 할인 서비스’인 맥런치 서비스를 조용히 없애기도 했다.

일부 버거에 사용되는 빵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저가형으로 교체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던 사실도 유명한 얘기다.

물론 조 사장에게 쏟아졌던 비난들이 모두 정당했던 것은 아니다. 건강식품을 선호하는 현상에다 수제버거 프랜차이즈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던 시기에 외형 확대보다는 비용 절감에 주력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은 여러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공통된 대처였다.

하지만 조 사장이 밀었던 전략들이 한국맥도날드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데 한 몫을 했다는 점에서 수익성 중심의 경영에 지나친 측면이 많았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조 사장이 한국맥도날드 수장에서 물러난 뒤 1년 만에 한국맥도날드가 맥런치 서비스를 부활시켰다는 사실에는 조 사장 시절에 추진됐던 일부 전략이 잘못됐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사장은 1969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고려대학교 산업정보대학원 산업디자인 공학 석사 학위와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교 디자인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LG전자에서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모토로라 한국 법인과 미국 본사에서 글로벌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사무용가구 전문회사 하워스에서는 아시아 및 신흥 시장 마케팅 총괄을 역임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