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새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하면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이달 출시할 갤럭시S24에 들어가는 '엑시노스2400'은 다양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전작보다 성능 개선을 크게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엑시노시의 부활로 파운드리에서 성과를 낼 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엑시노스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 발열문제를 해결하고,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 성과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엑시노스2400에는 AP의 발열을 줄이고 전력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 처음 적용됐다.
경 사장은 엑시노스2400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팬아웃 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방식을 적용해 최대 약점으로 꼽힌 발열 문제를 잡았다는 관측이다.
팬아웃 웨이퍼레벨패키지는 칩 밑에 덧대는 기판을 적용하지 않아 칩 두께를 줄이는 동시 전력효율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만 경쟁사 TSMC의 아성을 무너뜨리는데 이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 팁스터(정보유출자) 란즈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발열문제를 크게 인식하고 첨단 후공정 기술(FOWLP)을 적용해 전력효율과 발열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며 “성능도 싱글코어 기준으로 23%, 멀티코어 기준으로 8% 개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된 엑시노스2400은 성능 면에서 기존보다 대폭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엑시노스2400을 탑재한 갤럭시S24 플러스의 벤치마크 점수는 기존 2067(싱글코어)·6520(멀티코어) 포인트에서 최근 2193(싱글코어)·6895(멀티코어) 포인트로 상승했다.
이런 성능 향샹에 더해 발열문제까지 해결됐다면 삼성 엑시노스는 세계 모바일 AP 시장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삼성전자 MX사업부는 엑시노스 채택 여부를 두고 엄격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엑시노스2400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지난해 공개석상에서 “엑시노스냐 퀌컴의 스냅드래곤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칩셋이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지를 놓고 갤럭시 스마트폰 탑재 여부를 결정할 것”고 여러 차례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갤럭시S24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어 엑시노스 부활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과거 갤럭시S22 시리즈를 공개할 때까지만 해도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병행해 탑재했다.
하지만 갤럭시S22 시리즈에 적용된 엑시노스2200이 발열문제와 GOS(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에 따른 게임성능 저하로 곤욕을 치르면서 이듬해인 갤럭시S23 시리즈에서는 전량 퀄컴 AP만을 사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에 탑재됐던 엑시노스2200 성능과 발열문제로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세계 모바일AP 시장 점유율에서도 경쟁사에 밀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분기 기준 점유율 13%(애플과 공동 3위)에서 2023년 3분기 기준 5%(5위)로 고꾸라졌다.
이런 아픈 경험 끝에 올 엑시노스2400의 성공은 삼성전자가 앞으로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셔 프로세서 엑시노스 이미지. <삼성전자>
경 사장은 4나노로 제작한 엑시노스2400의 성공을 발판 삼아 고객사 신뢰를 얻고, 인공지능용 고성능 저전력 AP 칩이 필요한 고객사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 사장은 현재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적용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바탕으로 2나노에서 대만 경쟁사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구상을 지니고 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는 반도체 기본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통제하는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로 삼성전자가 3나노에서 세계 최초로 활용한 기술이다.
최근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점에서 경 사장의 GAA를 활용한 고객사 확대 전략은 점진적으로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TSMC는 2나노에서 처음으로 GAA를 도입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은 3~4나노 공정에서 TSMC에 1~2년 뒤처저 있지만 내년 2나노 공정을 통해 격차를 점차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2나노 공정에는 GAA 기술 적용으로 기술변곡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3나노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삼성전자가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