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대규모 단지들이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가장 먼저 삽을 뜨는 사업장이 어디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불리는 은마아파트는 최근 조합장 선거 갈등에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반면 인근 한보미도맨션, 대치우성1차, 대치쌍용2차 등 재건축사업은 본격적으로 속도를 붙이고 있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주변 일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17일 정비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1.10 부동산대책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조치로 서울에서는 강남구, 노원구, 강서구 등이 수혜를 입을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재건축사업 추진에서 사업성이 핵심요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강남구 재건축시장이 실제 영향을 체감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이번 규제완화는 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패스트트랙’ 대책이지만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1기 신도시 선도지구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처럼 일반 재건축도 이주대책 문제 등으로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최근 부동산시장은 아파트 매매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전세값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치동처럼 굵직한 단지들이 동시에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웃단지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선 대치동 재건축 대장주인 은마아파트는 연초 조합장 선거결과를 둘러싼 내홍으로 사업 추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2023년 2월 정비구역 지정, 같은 해 8월 조합설립까지 진행하면서 오랫동안 부침을 겪어온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에 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면서 당장 준비하고 있던 정비계획 변경 일정 등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은마아파트는 이르면 이달 말 최고 49층으로 높이를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비계획 변경 신청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뒀었다.
은마아파트는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316 일대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 사이 자리잡은 아파트 28개 동, 4424세대 매머드급 단지다. 1979년 지어져 준공 46년차다.
은마아파트는 워낙 대규모 단지에 오랫동안 재건축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주민들도 은마반상회, 은마소유주협의회, 전임 재건축추진위 등 여러 조직으로 갈라졌다.
이번 조합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도 이재성 은마소유주협의회 대표가 최정희 조합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결과다. 최 조합장은 지난해 8월 조합설립 총회에서 76.3% 표를 받아 조합장에 올랐다.
하지만 이재성 대표는 사전 우표 투표함 등이 무방비하게 관리됐다며 조합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은마아파트는 앞서 1999년 재건축 추진을 결의한 뒤 2003년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2010년 재건축 추진 10여 년 만에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서울시 심의 문턱에 걸려 20년이 되도록 사업이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강남 집값 상승 등을 우려한 서울시가 내용 보완 등을 요구하면서 정비계획안 상정 자체를 번번이 반려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2022년 10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이 통과하면서 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지난해 조합 설립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관련 국토부, 현대건설 등과 갈등까지 일단락 짓고 올해 49층 재건축 추진 등 세부내용을 진행하고 있다.
대치동은 대치역과 학여울역 주위 은마아파트 이웃단지들도 재건축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1차·2차 아파트 모습. <네이버부동산갤러리>
대치역을 사이로 은마아파트와 마주하고 있는 한보미도맨션1차·2차는 강남권 신속통합기획 1호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보미도맨션은 앞서 2021년 11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재건축, 재개발사업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함께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사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빠른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한보미도맨션은 서울시와 정비계획안 임대주택 세대 수 등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데 진통을 겪었지만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 들어서 있다.
한보미도맨션은 대치동 511번지 아파트 21개 동, 2436세대 단지다. 1983년 준공돼 42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서울시 신통기획안에 따르면 한보미도맨션은 최고 50층 이하, 3776세대 규모로 재건축된다.
은마아파트와 영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이웃하고 있는 대치우성1차와 대치쌍용1·2차도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치우성1차와 대치쌍용2차는 2023년 9월 통합재건축에 합의해 사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대치우성1차와 대치쌍용2차는 올해 상반기까지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상향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성 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치우성1차는 1984년 준공 단지로 최고 14층 아파트 6개 동 476세대다. 대치쌍용2차는 14층 높이 아파트 4개 동, 364세대 단지로 1983년 준공됐다. 두 단지는 통합재건축을 통해 약 1400세대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대치동은 이밖에도 대치우성1차·대치쌍용2차와 붙어있는 대치쌍용1차, 한보미도맨션 옆 단지 대치선경1차·2차 등도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치쌍용1차는 1983년 준공한 630세대 단지로 1천 세대 규모 단지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최근 49층 재건축을 위한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
대치선경1차·2차는 2023년 3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했다가 철회했고 현재 두 개의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대치선경1차·2차는 대치동 506 일대 최고 15층 높이 아파트 12개 동, 1034세대 단지다. 1983년 12월 준공됐고 전용면적 84㎡부터 174㎡까지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박혜린 기자